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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후 회사로 돌아간다는 것

5장 2화

by 곤즈르

유산 후, 나는 유산휴가를 썼다. 초기 유산은 주말을 포함해 5일이 주어졌지만, 내 연차를 붙여서 총 7일을 쉬었다. 그 시간이 충분할 리 없었다. 몸은 조금씩 회복되었지만, 마음은 따라오지 않았다. 일을 하지 않으면 감정이 차올랐고,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출근 첫날,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매일 오가던 공간이었지만, 그날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내 자리는 그대로였고, 동료들은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라져 있었다. 내 안에서 무언가 사라진 듯한 허전함과 공허함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산은 말 그대로 '잃어버린' 일이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잃어버린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무도 내게 묻지 않았다. 나도 말하지 않았다. 유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한다. 유산휴가는 존재했지만, 유산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다들 알고 있었을 텐데도, 우리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그 모든 감정을 숨기고 있었던 거 아닐까?" 일이 돌아오면 돌아올수록, 감정은 점점 쌓이고 있었다. 내 빈자리를 채웠던 동료들이 건넨 인수인계 속에서, 나는 다시 일을 맡아야 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머리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고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과연 이전처럼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자격이 있을까?


가장 어려웠던 건,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정상적으로 일하는 듯 보였지만,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온몸이 무너져 내렸다. 머리는 멍했고, 가슴은 답답했다. 낮에는 일을 하며 감정을 억누르고, 밤이 되면 무너지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일하면서도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성과가 중요했고, 개인적인 사정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경험을 한 사람은 나만이 아닐 거라는 것을.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일을 하며, 누군가는 나처럼 아픔을 견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일과 감정, 그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버텨야 할까?


내가 퇴사한 이유는 단순히 이 상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떠나면서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으로 감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유산 후 회사를 다시 돌아간다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큰 무게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일이 끝나고 나서야 내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되돌아보며, 그 무게를 하나하나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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