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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임신을 준비한다는 것

5장 1화

by 곤즈르 Mar 24. 2025

퇴사 후, 시간을 가지면서 돌아보니, 내가 겪은 일들이 단지 나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회사에서 임신을 준비했던 수많은 여성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마치 누구도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처럼, 다들 조용히 각자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다.


임신을 준비하는 동안, 내 일정의 많은 부분이 병원 방문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내는 직장에서조차, 이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산부인과를 다녀오기 위해 연차를 내는 게 점점 부담스러워졌고, 매번 '개인적인 일'이라는 이유로 휴가를 신청해야 했다. 병원 대기실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주변을 둘러보곤 했다. 정장을 입은 여성들, 손에 노트북을 들고 업무를 보는 사람들. 그들도 나처럼 직장인이었고, 아마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회는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지만, 정작 직장에서는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배려가 없었다. 많은 회사에서 출산휴가는 보장되지만,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었다. 배란일에 맞춰 병원을 가야 하는 날에도,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휴가를 신청해야 했다. 피곤해서 집중이 안 되는 날에도, 회사에서는 오직 퍼포먼스만이 중요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와 임신, 정말 둘 다 잡을 수 있을까?” 


나는 직장인이자, 미래의 엄마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내 위치는 점점 애매해졌다. 팀원들에게는 병원 때문에 자리를 비운다는 말을 하기 어려웠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건강을 챙기는 것이 점점 뒷전이 되었다.


이런 고민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많은 직장 여성들이 조용히 이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서야, 우리가 얼마나 혼자 버티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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