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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5장 3화

by 곤즈르


퇴사 후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으로서 임신을 준비하는 일, 그리고 유산을 경험하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사회는 출산율이 낮다고 걱정하지만, 정작 여성들이 임신을 고민하는 현실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나는 유산 후 다시 출근했을 때, ‘일과 감정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맞닥뜨렸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감정을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감정에 휩싸여 일을 소홀히 하면, 회사에서는 냉정한 평가가 따라왔다. 결국,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일에 몰두하면서, 혼자 감정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만 했을까? 직장에서 유산을 이야기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법적으로 유산휴가는 보장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그 시간을 ‘회복의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휴가를 썼다’는 기록만 남을 뿐이었다. 나는 내 상황을 숨겨야만 했다. 업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이 약해 보이지 않기 위해.


이제 와서 돌아보면, 나는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버티고 있었다. 임신을 준비하면서도 회사에서 눈치를 봐야 했고, 유산 후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출근해야 했다. 병가를 내면서조차 내 자리를 걱정했고, 퇴사를 고민하는 순간에도 내 커리어를 놓지 못했다. 모든 걸 지키려 했지만, 결국 나는 어느 것 하나 온전히 지키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런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만 이런 감정을 겪는 것이 아니었다. 회사에서, 일상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많은 여성들이 조용히 이 아픔을 견디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조용해야 할까?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더 이상 나를 지우면서 살지 않겠다고. 우리는 일도 하고, 가정도 지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아픔을 개인의 문제로만 떠안아야 하는 건 부당하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 이 글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아마도, 조금 더 솔직해지면서. 그리고 서로를 더 이해하고, 함께 버티면서. 나는 아직도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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