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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향 Jun 28. 2023

[7] 그래도,  살아내자면 건강해야 하자누~

San Diego Ride서포터스  기행기(2)

미국 서부 남북을 연결하는, 656 마일(1055.73 킬로키미터) 거리의  PCH(Pacific  Coast Highway) 1도로는 대부분 해안길을 따라 이어진다. 북으로는 Canada 국경과 맞닿아 있고,  남으로는 샌디에고 도시의 끝 멕시코 국경까지 연결되는 도로이다. 간혹 산비탈을 지나고 높은 벼랑 끝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구간도 있지만, 많은 구간은 태평양 바다를 끼고 달리게 된다. 

Pacific Coast Highway(PCH)

이 구간을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린다면야 단 하루에라도 달릴 수 있지만, 좀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내륙에 위치한 5번 Freeway대신 이 아름다운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달리고자 하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의 목적은 하나 태평양 해안성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사하겠다는 것.


그리고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이 길을 달리고 싶어 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들의 목표는, 일생일대의 인생 이정표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름을 날리거나 명예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아나, 건강을 중요시하고 건강을 얻기 위해 열심히 애쓰고 땀 흘리는 자기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은 열망. 간혹, 미디어나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행을 하고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 영상 제작의 얄팍한 목적을 갖고 떠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순수하게 스스로가 가진 열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고 본다.


오후가 깊어가는 토요일, 햇빛은 쨍쨍 나지 않지만, PCH를 지나며 만나는 모든 소도시들에는 인파가 넘쳐난다. 신호대기를 해야 하고, 길 건너는 관광객들도 조심해야 하며, 옆으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도 조심해야 하는 라이더들은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내륙을 관통하는 5번 프리웨이를 달리던 나는 J일행들을 좀 더 가까이서 서포트해야겠다는 판단에, PCH로 들어섰다.

당연히 거북이걸음인 자동차 행렬을 따라 천천히 달리는 도중, 몇 번의 조우를 통해 차가운 이온음료를 건네고, 준비해 간 스낵으로 허기를 채우게 하는 등, 나름 서포터서의 역할을 하고자 애썼다.

샌디에고 도심이 가까워지자 도로는 좀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PCH를 따라 내려오는 구간에서는 자동차와 라이더가 같은 길을 공유하지만, 샌디에이고 도심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자동차와 바이커 레인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기에, 더 이상 내가 J일행을 리딩할 수 없는 상황. 각자 알아서 길을 찾아 달린후 샌디에고 시워드(Sea World)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후닥닥 달려 30여 분 만에 씨워드에 도착한 내가 정문에서 문의해 보니, 공원에 입장하지 않는 방문객도 30여 불에 달하는 주차권을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차장 입장대신 근처 씨워드가 빤히 건너다 뵈는 한적한 공원으로 목적지를 변경해 도착했다. 일행을 위해 따스한 물을 끓이고 얼큰하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 봉지를 뜯고 수프를 부어 끓는 물만 부을 수 있게 준비해 놓았다.


한 시간이 넘어서야 씨워드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 어디야?"  " 거기 정문에서 돌아 나와서 오던 길로 더 쭈욱 오다 보면 막다른 길에서 신호등이 보이고, 거기서 우회전해서 높다란 다리를 지나오면 차가 보일 거예요."

그렇게 통화 후 십여분이 지났다.

"어디야??" " 지금 지도를 보니 거기가 아니고 거기서 나와서요...."

"자꾸, 거기, 거기 하는데, 거기가 어디냐고? 내가 지금 거기서 나와서 갔는데 신호등이 안 보인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J. 

이럴 때 같이 소리를 지르면 끝장이다.

머리에서 펄펄 김이나는 성질을 가라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한다.

" 들어갔던 길에서 뒤로 빠꾸 해서 나와서요, 서쪽방향으로 좌회전하시고요, 1마일 채 못 가면 신호등이 보일 거이니 다시 가보세요."


그렇게 다시 20여분이 지나, 다리 위를 건너오는 일행이 보인다.

"................................"

"고생하셨어요"  "우와, 서포터스 아니면 꿈도 못 꿨을 라이딩이었어요."


"난 사실.. 아까 J가 소리를 질렀을 때,  S 씨가 우리를 내버리고 차를 몰로 LA로 가버리는 건 아닐까 가슴을 졸였잖아요.. 하하하!"

"................."


성공적인 100마일 12시간의 라이딩을 끝내고 서로 얼싸안으며 축하를 하고 각자의 자전거를 높이 들며 환호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 말 없이 라면에 물을 붓고 허기진 일행을 위해 바나나를 내놓았다.

하루 종일 오전 6시 30분부터 12시간 라이딩을 한 그가 짜증이 났었던 것이고, 나는 그런 짜증에 분노할 만큼 속 좁은 인간이 아니다는 생각을 내게 주문을 외우며 LA로 오는 2시간여 운전을 했다. 


일행을 모두 내려주고 둘이 남게 된 시간.

" 내가 오늘일은 용서하지만, 수첩에 다 적었스... 나중에 죽었스"

"어쩌겠어, 네가 나를 용서해야지. 하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면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하니 나 좀 봐주라."


아직은 많이 남은 인생, 살아내자면 건강해야 하니 어쩌겠나, 간강 하겠다고 하는 짓인데, 맘 넓은 누이가 참아야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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