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월 Oct 30. 2023

넌 날 정말 몰라.

두번째 질문. 얼마나 자세히 관찰하셨나요?


'하지만, 누군가를 잘 관찰할 수는 있어. 그러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가끔은 꽤 정확히 말할 수 있게 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문장(책읽는 수요일 출판사 번역본)인데요. 어떻게 나의 관점으로, 나의 방식으로 바라 보고 있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에요. 단순히 자주 보고 있다고, 오래 보았다고 해서 관찰한 것이 아니에요. 디자인을 위한 관찰은 절대 그냥 하면 안되요. 


관찰이란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면서 어떠한 변화가 있고, 어떠한 과정과 결과를 나타내는지 진심을 다해 살펴보는 일이에요. 대상을 기억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이며, 어느 하나를 객관적 시각에서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주관적 관점으로 넘어가는 단계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자, 아래 사진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댓글에 있습니다)


이 사진은 주유소에서 우연히 찍은 사진인데요. 반복된 이미지는 어떤 사물의 '바닥'이에요. 보통은 못 보고, 안 보이지만, 여기서는 이 바닥을 보이게 놓았고, 그래서 전혀 다른 풍경이 되었어요. 사실, 이 사진은 저에게만 의미가 있어요. 제가 어떤 목적을 가진 강의에 사용하기 위해 '특별한 이미지'를 찾고 있었고, 그 복합적인 상황과 시간 속에서 저에게 포착된 것이기 때문이에요. 


'다르게 봐야 한다'는 다른 것을 찾아야 한다거나 다른 것을 만들어라가 아니라 '다르게 보여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와 같은 말이에요. 그래서, 디자인을 위한 관찰 리포트는 원인과 결과, 시작과 끝을 반드시 설정해야 해요. 관찰한 '내용'이 아니라 관찰의 '맥락'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내용의 합으로 다음에 무엇을 말하는지 제시할 수 없으면, 열심히 모아놓은 것 이상 이하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요. 



"Content is king, but context is God" - Gary Veynerchuk


대부분의 사람이 인지하는 것은 시각적인 것 외에 자기 자신의 경험과 의견이 투영된 믿음의 결과에요. 연애하면서 '내가 왜 그러는지 몰라???'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나는 너를 진심으로 매일 매일 관찰하고, 너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억하고 있어서 너의 하나하나를 다 알아챌 수 있는데, 너는 왜 그렇지 않니?'라는 매우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 거에요. 관찰은 정말 모든 순간이 진심이어야 해요.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반드시 충분히 관찰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지 꼭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세요. 좋은 디자인, 이제 어렵지 않겠지요?  



이전 01화 대화가 안통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