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7 :
독백 7 :
나는 두 시간 사이, 가장 좁은 틈에 서 있다.
밀려오는 큰 파도는 두려움의 내일을 닮고,
물러가는 잔물결은 아무 일 없던 어제를 닮았다.
그 둘 사이에서,
나는 하루라는 얇은 섬에 조용히 발을 딛고 서 있다.
내가 품고 있는 슬픔은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서 천천히 건너왔다.
잃어버린 장면, 멀어진 이름,
다시는 닿지 않을 목소리.
그 모든 것들이 말라붙은 물감처럼
내 안의 가슴속 벽에 조용히 눌어붙어 있다.
슬픔이란 겪은 자의 언어다.
지나온 시간의 무게가 피부에 스며들고
한 사람의 마음이 더는 아이일 수 없을 때,
비로소 슬픔은 삶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하지만 그 감정에 너무 오래 머물다 보면,
사람은 자꾸만 어제 속을 걷게 된다.
이미 지나간 말에 다시 의미를 붙이고,
멈춘 순간에 마음을 되짚으며,
끝난 문장을 수없이 반복하고,
없는 이에게 말을 걸고,
더는 돌아오지 않을 눈빛을 기다린다.
그 사이,
정작 옆에 있던 오늘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조용히 지나가 버린다.
불안은 반대로,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감정이다.
나는 종종 그 불안을 안고 잠이 든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마음은 이미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내일이라는 바다 건너
아직 닿지 않은 물결이 벌써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실패, 상실, 지루한 반복,
혹은 이유 없는 허무.
나는 종종 그것들을 미리 상상했고,
아직 살아보기도 전에
지쳐 있던 날들이 있다.
일어나지 않은 실패를 상상하고,
겪지도 않은 상처를 예감하며,
결국 오지 않을지도 모를 내일을
미리 감당하느라
나는 오늘의 온기를 조금씩 저당 잡힌다.
그렇게 불안은
제어할 수 없는 바깥의 시간에서 생겨난다.
예측할 수 없고, 붙잡을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은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두려움, 조급함, 무력함.
이 모든 이름들은
미래라는 외투를 입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을
지금 이 순간의 마음에 흘려보낸다.
나는 과거의 감정에 발이 묶이고,
미래의 상상에 마음이 떨리며,
현재라는 중심을 잃은 채
이렇게 오늘 하루를 떠밀려 보낸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하루의 가장자리에 앉는다.
햇살이 머문 창가에,
커튼을 가볍게 흔드는 바람 옆에,
따뜻한 찻잔을 손에 쥐고
문득 떠오른 그리운 사람의 안부를 떠올린다.
슬픔은 과거의 수감자처럼 나를 가두고,
불안은 미래의 인질처럼 나를 붙잡아두지만,
그 둘의 무게가
지금 이 순간을 덜 소중하게 만드는 건 아니다.
과거가 아무리 짙어도
현재가 옅어지는 것은 아니고,
미래가 아무리 중요해도
지금 이 하루가 가벼워질 수는 없다.
존재만으로 충분한 시간,
그저 숨 쉬는 것으로도 괜찮은 하루.
나는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시간이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깨닫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이라는
작고도 확실한 섬 위에 앉아 있다.
말없이 그 위에 머무르며
감정의 젖은 옷을 햇빛에 말리며
내 안의 물결이 잠잠해질 때까지
그저 하루를 살아낸다.
나는 이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내일은 상상만큼 복잡하지도,
도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또 다른 하루가 다시 오고,
그 하루 안에서 다시 오늘을 마주하는 일.
그래서 나는 이제 내일을 멀리서 두고 바라보지 않기로 했다.
그럴수록 마음은 무력해지고,
지금의 나를 잊게 하니까.
내일은 더 이상 걱정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이제는 가능성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다 살아내기로 한다.
나는 오늘이라는 섬 위에서
내일이라는 파도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깊이 살아간다.
오늘을 단단히 살아낸 사람만이
내일을 담담히 마주할 수 있다.
나는 더 이상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오늘을 단단하게 걸어간다.
그래서 내일이 찾아올 때
나는 준비된 사람으로,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조용히 그 파도를 맞이할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자신만의 시간 속을 건너가는 그런 한 사람이 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