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5 :
모든 글은 독백이자 고백이다.
왜 적었냐고 묻지 마라.
누구에게 보낼 셈이었냐고도 묻지 마라.
말로는 다 닿지 못해,
남겨진 것이 글이 되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 말해보려 했으나,
입술 끝에서 사라진 문장들.
나는 그저 입을 다물고,
그림자를 더듬듯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종이 위에 조용히 손을 얹는다.
그리고 침묵은 내 손바닥을 움켜쥐며
글자가 되려는 떨림을 품는다.
글은 대화를 가장한 혼잣말이다.
그것은 누구를 향해 있지도 않으며,
누구에게서도 도망치지 않는다.
그저, 나 자신에게조차 끝내 닿지 못한 마음의 조각들이,
형체도 없이 흘러나와
문장의 옷을 빌려 잠시 머물 뿐이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감정이 넘쳐서가 아니라, 말이 모자라서.
기억이 또렷해서가 아니라, 사라질까 두려워서.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저히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래도 나도 이 세상에 한 번,
조용히 다녀간 존재였다는
희미한 숨결 하나쯤은 남기고 싶어서.
이것마저 지워지면,
나의 모든 자취가 바람에 흩어질까 두려워서.
글쓰기는 말의 뒷모습을 보는 일이다.
그 뒷모습은 언제나 조금씩 흐릿하다.
그래서 나는 쓰고 또 쓴다.
지워진 줄 알았던 것들이 문득 살아나
조용히 종이 위를 걸어 다닌다.
아무도 듣지 않는 고백,
누구도 응답하지 않는 질문,
그 사이에서 문장은 나를 증언한다.
살아 있었다는 증거처럼,
한때 떨림이 있었다는 자국처럼.
그러니 다시 묻지 마라.
왜 적었냐고. 누구를 위해서였냐고.
글은, 다만
나도 알지 못하는 나의 마음이
나보다 먼저 도착한 자리일 뿐이다.
그곳에 나는 없고, 문장 하나만이 남는다.
그리고 그 문장은,
끝끝내 되돌아오지 않는 침묵에게 바치는
나의 가장 조용한 인사다.
아무도 받지 않을 편지, 그러나 반드시 써야만 하는 편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