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3 :
말로 설명되지 않는 마음을 안고,
언어로 다 닿을 수 없는 세계를 등지고,
그래도 걸어야 한다.
느리지만, 나만의 속도로.
누구는 이 길을 무의미라 말하고,
모든 감정을 설명하려 들면 오히려 진실은 흐려지지만,
세상의 속도에,
사람들의 기대에,
심지어 내 마음의 조급함에도.
나는 이제, 응답하지 않기로 했다.
말이 없을수록,
걸음은 깊어진다.
오늘의 나는 그렇게 조용히 살아간다.
햇빛이 들지 않는 날이면
그늘의 결을 따라 마음을 펴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면
스스로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처럼 흔들리며 살아야겠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스스로 바람이 되어 나는 살아야겠다.
삶이란 거창한 게 아니란 걸 말하면서도,
빛나는 무언가를 좇지 않아도 된다고 믿으면서도,
그저 오늘 하루를 조용히 버텨낸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살아낸 것이라 말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슬픔이 내 안에 자라고 있고,
말하지 못한 그리움도 어딘가 고요히 웅크려 있다는 것을 안 것이.
설명되지 않아도 좋고,
치유되지 않아도 괜찮다.
애써 밀어내지 않으련다.
이제는 그조차도 다 내 삶이라는 사실을
나는 외면하지 않으련다.
그저 거기,
조용히 머물게 두고,
내 안의 한 자락으로 살아가게 하련다.
슬픔도, 그리움도,
이 깊고 말없는 고단함도,
내가 걸어온 길 위에 피어난 흔적들이니까.
오늘,
나는 말없이 그렇게 나를 걷는다.
누구를 향하지도,
무엇을 위하지도 않고
다만 나 자신으로 향하는 길.
세상에 말 걸지 않아도,
바람이 없어도,
나는 오늘을 살아낸다.
그래. 그 사실에. 나는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