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을에 나를 펼쳐본다.

독백 2 :

by 헬리오스


노을에 나를 펼쳐본다.

독백 2 :


노을 지는 저녁 시간에 읽습니다.

말보다 느린 마음, 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따라가며,

우리는 하루를 편지처럼 접고, 노을 아래 조용히 펼쳐봅니다


밖에서는 저무는 햇살이 건물 벽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림자는 천천히 길어지다 창 안으로 스며듭니다.

그 흐릿한 빛의 결을 따라,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기울어집니다.


구겨진 하루가 있습니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던 순간,

전하지 못한 다정한 말 한마디,

그리고 너무 늦게 알게 된 것들.

나는 그 모든 자국들을 한 장의 종이처럼 펴서

황금빛 노을에 살짝 비춰봅니다.


빛은 너그럽습니다.

구겨진 것도, 닳아버린 마음도

그저 ‘있었던 그대로’ 감싸 안아줍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리고 그 너그러움 속에서

이날의 나를,

그저 그런 하루였던 나를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그럴 때면, 나는

어쩌면 이 하루도 괜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족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살아낸 날이었습니다.

노을 아래에서, 이 하루는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노을은 이렇게,

우리가 미처 이해하지 못한 하루를

천천히 이해하게 해 줍니다.


우리는 오늘도

저녁 하늘에 자신을 펼쳐 놓습니다.

구겨진 마음도 황금빛이면

잠시 아름다워 보이니까요.


keyword
이전 16화나는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