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1 :
“어떤 사람은 커다란 꿈을 품고 살아가 그 꿈을 잃어버린다. 어떤 사람은 꿈 없이 살다가 역시 그 꿈을 잃어버린다.”
'불안의 서'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발문의 첫 문장이 나를 멈춰 세운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가슴 한가운데를 조용히 찌르는 느낌이었다. 희망을 품은 이도, 무심히 살아가는 이도 결국은 무언가를 ‘잃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운명. 그렇다면 나는 어디쯤 있을까. 꿈이 있었던가, 혹은 그마저 없이 흘러왔던가.
나는 때로 글을 쓴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어떤 날은 쌓인 말들을 털어내고 싶어서, 어떤 날은 외로움을 잊고 싶어서, 또 어떤 날은 말의 형태로라도 존재하고 싶어서 쓴다. 처음엔 한 줄로도 충분했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먼저 움직이는 감정의 언어로, 완성된 이성적 판단의 문장보다는 살아 있는 내 마음의 결을 따라가는 손끝의 체온을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문장에 구조를 만들고, 의도를 담고, 때로는 ‘의미’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문득 깨닫는다. 나는 커다란 꿈도 없이 이 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을. 작가가 되겠다는 선언도, 누군가를 감동시키겠다는 결의도 없다. 다만, 쓰지 않으면 내 안의 침묵이 무너질 것 같아 써 내려갈 뿐이다.
그러니 ‘잃어버릴 꿈’조차 없다는 이 문장은 내게는 차라리 위로다. 애초에 잃을 것을 품지 않았기에, 상실의 아픔도 덜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자기기만일지도 모른다. 꿈이 없다는 건, 사실은 어쩌면 너무 일찍 포기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작조차 두려웠던 그 감정, 실패를 예감한 채 뒷걸음친 용기의 부재.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앉아 글을 쓴다. 꿈 없는 글쓰기. 그러나 그 속에는 어쩌면 나도 모르게 스며든 ‘희망’의 잔상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를 살짝 건드릴 수 있다면, 어쩌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는다.
꿈을 품지 못했던 내가, 꿈을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문장을 짓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며 조용히 이어가고 싶다.
이 길 끝에 아무것도 없어도, 적어도 나는 잃지 않기 위해 살아본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