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2 :
노을 지는 저녁 시간에 읽습니다.
말보다 느린 마음, 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따라가며,
우리는 하루를 편지처럼 접고, 노을 아래 조용히 펼쳐봅니다
밖에서는 저무는 햇살이 건물 벽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림자는 천천히 길어지다 창 안으로 스며듭니다.
그 흐릿한 빛의 결을 따라,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기울어집니다.
구겨진 하루가 있습니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던 순간,
전하지 못한 다정한 말 한마디,
그리고 너무 늦게 알게 된 것들.
나는 그 모든 자국들을 한 장의 종이처럼 펴서
황금빛 노을에 살짝 비춰봅니다.
빛은 너그럽습니다.
구겨진 것도, 닳아버린 마음도
그저 ‘있었던 그대로’ 감싸 안아줍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리고 그 너그러움 속에서
이날의 나를,
그저 그런 하루였던 나를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그럴 때면, 나는
어쩌면 이 하루도 괜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족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살아낸 날이었습니다.
노을 아래에서, 이 하루는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노을은 이렇게,
우리가 미처 이해하지 못한 하루를
천천히 이해하게 해 줍니다.
우리는 오늘도
저녁 하늘에 자신을 펼쳐 놓습니다.
구겨진 마음도 황금빛이면
잠시 아름다워 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