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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뜨기 Jul 03. 2020

병든 고추를 즉각 격리하라!

고추_탄저병

병든 고추를 즉각 격리하라!


코로나19 증상이 보이면 즉시 격리하여 일반인과의 접촉을 막는다. 전염으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고추 탄저병도 보이는 즉시 밭에서 격리해야 한다. 


작지만 많은 병균은 그 크기가 아닌 숫자로 자기네 세력을 과시한다. 덩치 큰 두꺼비가 자잘한 개미에게 당하는 것을 봤다. 인간도 별 수 없다. 눈은커녕 현미경에도 안 보이는 미세한 바이러스에 위대한 인간이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사람이 병나면 약 먹듯 작물도 병들면 약 친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은 아니다. 차선일 뿐이다.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고추 탄저병은 더욱 그렇다. 특히 전염을 막아야 한다. 탄저병에 걸린 고추가 보이면 약을 치는 것보다 먼저 할 일은 병 걸린 고추를 제거하는 것이다. 병든 고추 한 개에는 탄저병균이 수천만 개 있다. 많게는 수억 개다. 한 개에 수억 개라니!



실험 결과, 7월 8일에 탄저병에 걸린 고추를 제거한 후 살균제를 6회 살포하고 8월 22일에 살펴보니 발병률이 0%였다. 하지만 병 걸린 고추를 그대로 두고 똑같이 약을 6회 살포했는데 발병률이 34%였으며, 약을 살포하지 않은 경우에는 91%나 병들었다. 탄저병 걸린 고추를 발견하거든 즉시 제거하여 멀쩡한 고추와 격리해야 한다.  



식물의 탄저병균과 동물의 탄저균은 다르다. 


생물학무기로 입에 오르내리며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탄저균은 혈액 내의 면역세포에 손상을 일으켜 쇼크를 일으키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균이다. 보통은 가축에게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2001년에 미국에서 탄저균이 들어있는 편지를 발송하여 22명이 감염되고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식물의 탄저병균은 곰팡이고, 동물의 탄저균은 세균이다. 

탄저(炭疽)라는 이름은 병의 증상이 검게 움푹 들어가기 때문에 지어졌으며, 영명으로는 까맣게 썩기 때문에 ‘석탄’을 뜻하는 그리스어 ‘anthrakis’에서 유래했다.     


고추 탄저병균은 진균계의 자낭균문에 속하며 자낭포자와 분생포자를 만든다. 분생포자는 타원형 내지 장타원형이며, 양 끝이 둥글거나 한쪽 끝이 약간 좁고 모난 형태다. 탄저병균이 생육하기에 적합한 온도는 26~32℃이며, 6월 발생하여 고온다습한 7월 장마철에 심하게 발생하며, 8~9월에 피해가 가장 심하다.      


탄저병은 주로 고추 과실에 나타나는데, 뜨거운 물에 덴 듯이 움푹 들어간 짙은 녹색의 얼룩이 나타나다가 점차 심해지면 겹무늬를 나타내며 커진다. 병이 심한 고추는 비틀어지고 미라처럼 흉측하게 말라버린다. 




처음에는 작은 기름방울 같은 반점이 생기고 이것이 점점 커지면서 병든 부분이 움푹 들어가면서 둥글게 썩는다. 탄저병은 역병과 함께 가장 문제 되는 고추 병이다.  




탄저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심는 간격을 넓게 하고, 바닥덮기를 하며, 비가림시설을 하고, 약제를 처리해야 한다.



간격 두기

고추를 심을 때 심는 간격을 넓게 하면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잘 들어 고추가 건강하게 자란다. 줄 간격은 90cm, 포기 사이는 10cm가량 거리를 두고 심는 것이 좋다. 코로나 예방 수칙 중에 중요한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다. 식물병 예방에서도 거리두기는 필요하다.     


바닥덮기

부직포나 짚을 바닥에 깔아서 비가 오더라도 빗물에 의해 바닥의 흙탕물이 고춧대에 튀기기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고추 줄기가 처음으로 갈라지는 방아다리 아래의 곁순과 잎은 모조리 제거하는데, 바닥의 병균이 땅가의 순과 잎을 사다리 삼아 위로 번질 우려가 있으므로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다. 이는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과 같다.



비가림시설

탄저병이 생기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를 맞지 않게 하는 거다. 어릴 적에 어른들에게 들은 소리가 비 맞으면 머리에 이 생긴다고 비 맞지 말라는 거였다.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는 노지재배 고추보다는 비가 내려도 비를 맞지 않는 하우스 안에서 자라는 고추가 탄저병 발생이 훨씬 적다. 비닐하우스가 없다면 타협하듯이 노지재배에서 고추 위만 비닐을 씌우는 반비가림시설을 해도 병 발생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비닐하우스가 우비라면 반비가림시설은 우산이다. 비가림시설도 바닥덮기처럼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해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약제처리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농약을 치는 거다. 6월부터 비 온 후에 약을 살포하는데, 위와 아래에 골고루 뿌려서 고추 잎과 열매에 충분히 묻도록 해야 한다. 살균제에 전착제를 섞어서 뿌리면 약액이 고추에 잘 달라붙어서 약효가 좋다. 전착제를 일종의 끈끈한 풀이다. 고추 탄저병 약제처리는 사람이 코로나 예방을 위해 손소독제를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  


약은 보호용과 치료용이 있다. 

병이 오기 전에 미리 쳐서 병이 못 오도록 하는 것이 보호용 살균제이고, 병이 온 후에 병균을 잡기 위해 치는 것이 치료용 살균제이다. 병은 오기 전에 못 오게 하는 게 상책이다. 엎질러진 물 주어 담기 어렵듯 일단 병이 발생하면 고치기는 어렵다. 


수비수인 보호용 살균제는 델란, 부티나, 네오보르도, 골고루, 다코닐, 타로닐 등이 있다. 


공격수인 치료용 살균제는 오티바, 에이플, 후로노사이드, 프로키온, 카브리오에이, 실바코, 호리쿠어 균마기골드 등이 있다.


수비도 하고 공격도 하는 보호치료 살균제는 포름디, 매카니, 경탄, 가스란, 빅맨, 리도밀엠지 등이 있다. 



영화를 보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범죄가 일어난다. 범죄자들이 비가 오면 범죄 본능이 발동하는가 보다. 탄저병균도 비가 오면 해 진 후 박쥐처럼 사방으로 날아다닌다. 병원균의 99%는 온도가 높고 습도가 높을 때 비바람에 날려서 옆으로 병을 옮기며, 건조한 날에는 거의 퍼지지 않는다. 비 오는 날과 개인 날에 공기 중에 떠도는 탄저병균 숫자를 세어보니, 맑은 날이 한 개라면, 비 오는 날엔 쉰네 개나 되었다.    

     


장마가 시작된다. 

농사에 있어서 적절히 내리는 비만큼 좋은 게 없지만 우중충해 지루한 장마는 결코 달갑지 않다. 

비와 비 짬짬이 여우볕에라도 약을 쳐서 병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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