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랑을 알게 된 건 열일곱에 20대 20 반팅에서 만난 나의 첫사랑을 통해서였다. 주선자로 나간 자리에서 내가 아는 친구들을 제외하고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반팅이 끝난 후 주선자가 나에게 소개해주기 위해 일부러 데리고 왔던 친구의 옆에 있던 다른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엄마 몰래 이불속에서 매일 밤 그 아이와 전화기가 뜨거워질 정도로 통화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언제 넘어올래?”
“몰라.”
우리의 통화는 늘 이런 식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1년 동안 밀고 당기기를 하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장소에서 달콤한 첫 키스를 나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이란 단어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알게 해 준 아이였다.
하지만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형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막내였던 나의 첫사랑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던 나를 많이 힘들어했고, 결국 1년 만에 삐삐 음성메시지로 이별을 통보했다.
# 외사랑의 연속
아이 러브스쿨이 유행이던 대학 신입생 시절, 장난꾸러기였던 동창이 남자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났다. 연애 감정이 몽글몽글 올라왔지만 곧 ‘친구’로 남기기로 혼자서 마음을 먹었다. 그 친구를 학교의 다른 친구에게 소개시켜 주었고 그들은 곧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여름 방학 때 여러 친구들과 함께 해변으로 여행을 떠났다.
1박 2일의 시간 동안 친구와 친구가 붙어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고, 그제야 내 마음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괴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처음으로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외사랑은 몇 년 후 테니스 레슨을 받을 때 찾아왔다. 레슨을 해 주던 테니스 코치에게 잠시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 감정이 전달되었던 건지 어느 날 테니스 코치와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날따라 통화가 길어졌고, 코치는 내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신치씨는 어떤 사람 좋아해요? 연예인 중에 얘기해 봐요.”
“네? 저는 얼마 전 해를 품은 달이란 드라마에 나왔던 김수현 같은 사람이요.”
“주변에 그 정도의 사람은 없는데, 혼자 살아야겠네. 저는 그 이상형의 몇 퍼센트 정도 돼요?”
순간, ‘이 사람 뭐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글쎄요… 70%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테니스 코치에게 함께 레슨을 받고 있는 엄마가 떠올라, 잠시 말을 멈추었다. 몇 초간의 어색한 정적이 흐르자, 코치는 급하게 통화를 마무리했다.
“신치씨, 테니스 잘 가르쳐줄 테니까 가르쳐주는 대로 잘 따라와요. 그러면 재미있게 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이 통화 이후에 계속 코치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 어떻게 하면 코치와 따로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혼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가슴앓이를 하다가 결국 또 혼자 펼쳤던 마음을 다시 고이 접었다. 이십 대의 나에게 돌아가 묻고 싶다.
왜,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을 못 해? 왜?
# 외사랑의 끝에 찾아온 연애도…
외사랑과 늘 운이 좋게 연애를 시작하게 된 적도 있었다. 대학 생활 내내 세 번 정도였다. 하지만 세 번의 연애는 모두 짧으면 한 달 길게 세 달만에 끝이 났다. 그리고 그 연애의 시작과 끝은 다음과 같았다.
(1) 혼자서 상대방을 좋아한다.
(2) (운이 좋게)상대방도 나를 좋아해 준다.
(3) 사귄다.
(4) 매일매일 만나고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는다.
(5) 이 사람을 더 깊이 좋아하게 되면 첫사랑에게 받았던 상처를 다시 받게 될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든다.
(6) 도망치고 잠수를 탄다.
(7) 상대방은 영문도 모르고 연락이 안 되는 나를 걱정하며 계속 문자와 전화를 한다.
(8) '미안, 더는 못 만날 것 같아'라고 문자를 보낸다.
(9) 그리고 연애는 끝이 난다.
(10) 몇 달 후에 다시 웃으면서 만나 연애 이전의 관계로 돌아간다.
돌아보면 매번 같은 패턴이었다. 8년 전, 테니스 코치에 대한 마음을 접을 때쯤 내 앞에 나타난 지금의 짝꿍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