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닮은 내 사랑

by 라프

지금 내 옆에 있는 짝꿍은 8년 전 지인의 페이스북에서 처음 만났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당시 첫사랑과 닮았던 짝꿍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보자마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리고 급 호감 모드로 바뀌었다. 그렇게 첫사랑에 대한 미련의 감정으로 시작한 마음은 점차 연애의 감정으로 번졌고, 페이스북에서 호감도를 조금씩 높여가던 우리는 여러 달이 지나 2013년 봄에 처음으로 얼굴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만난 그날 이후로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던 짝꿍은 모든 약속의 장소를 내가 일하고 있던 카페로 정했다. 약속이 없는 날은 퇴근 시간에 맞춰 만나러 왔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내게 여러 사람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카페에서의 근무 시간 외에 계속 누군가와 계속 같이 있어야 하는 시간이 점점 힘들어졌다. 다행히 나는 2013년 말에 제주도에 가서 3개월 간 살 계획이었기에 혼자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던 그 시기를 견딜 수 있었다.


2013년 겨울을 앞두고 드디어 서울에서 했던 모든 생활을 멈추고 제주도로 갔다. 처음에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에서 청소를 하고 밥과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는 스텝으로 갔다. 하지만 이제 돌이 막 지난 갓난아이가 있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3개월이라는 짧은 제주 생활을 허비하는 것 같아 결국 둘째 달부터는 월세방을 얻어 일하지 않고 오롯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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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가면 짝꿍과 점점 연락도 뜸해지고 서서히 멀어질 수 있겠지’ 하고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요리는 1도 몰라 햇반과 김치를 먹는 내게 짝꿍은 직접 만든 온갖 반찬을 항공 우편으로 보내주었고, 1~2주에 한 번씩 제주도에 내려와 차 없이 동네와 카페 그리고 집 앞바다만 왔다 갔다 하는 나를 제주 구석구석으로 데리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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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주에서 돌아올 때쯤 애초에 짝꿍과 서서히 멀어지겠다는 나의 계획과 정 반대로 더욱 가까워져서 돌아오게 되었다.


우울증으로 감정의 기복이 심했던 나는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술을 한잔 하고 퇴근하는 밤에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짝꿍의 목을 끌어안고 아주 서럽게 눈물을 쏟아 내곤 했다. 짝꿍을 처음 만나기 전 내게 찾아온 이 우울증을 이겨 내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명상을 시작했고 요가도 한 번 해 볼까 생각하던 시기였다. 마침 명상요가 지도자를 준비하던 짝꿍을 만나 서울로 돌아온 뒤에는 본격적으로 명상요가를 시작했다. 지난 7년간 짝꿍을 따라 꾸준히 명상을 했고 최근 몇 년 동안은 드라마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 이전처럼 술 마시고 우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감정적인 기복이 사라지고 많이 안정되었지만 첫사랑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결국 작년에는 SNS에서 첫사랑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그의 일상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첫사랑의 일상을 지켜본 지 얼마 안돼 그의 결혼 소식이 올라왔다. 첫사랑의 결혼을 축하해 주고 싶어 축하 메시지를 몇 번이나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보냈다.


"ㅇㅇ아 결혼 축하한데이~ 행복하게 잘 살자~"


떨리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몇 달 후에 답장이 도착했다.


"야 이제 봤다. ㅠ-ㅠ 아이고.. 넘 늦게 답장하네^^ 고맙고 니도 어여 좋은 소식 들려주공! 행복하자~"

"ㅋㅋ 그려. 행복하게 잘 살자. 건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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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한 듯 보냈지만, 사실 내 가슴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렇게 첫사랑에게 결혼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1년 4개월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첫사랑이 ‘시집가라, 생각없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ㅋㅋㅋ생각 없다’며 바로 답장을 보냈는데, 첫사랑을 닮은 짝꿍을 처음 만난 8년 전 그리고 첫사랑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1년 전과 달리 내 심장이 아무 반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드디어, 첫사랑에 대한 감정과 완전히 이별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이 짝꿍과 연애 스토리를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한다.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첫사랑을 만났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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