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한 그릇의 인연

첫눈 오는 날, 엄마를 떠올리게 했던 그분과의 식사

by 탄산수


<팥죽 한 그릇의 인연>


찬바람이 불어온다.

작년 첫눈이 내리던 날이 떠오른다.

그날도 따뜻한 팥죽을 먹었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맛,

붉고 부드러운, 달콤쌉싸름한 팥죽.


엄마는 그 음식을 참 좋아하셨다.

직접 쑤어 주시기도 하고,

동네 칼국수집에서 사 주시기도 했다.


설탕을 뿌려 달달하게 먹으면

간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도 첫눈이 내린다.

나는 시장 초입에 있는 팥죽집으로 향했다.


가게 안은 따끈한 김과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구 쪽 자리에 자리를 잡으려던 순간,

한 아주머니가 보따리를 끌며 들어오셨다.


“어머, 자리가 없네…”

작게 중얼거리셨다.


나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여기 제 앞에 앉으셔도 괜찮아요.”


아주머니는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말씀하시고

내 맞은편에 조심스럽게 앉으셨다.


혼자만 숟가락을 놓기가 어색해

아주머니 앞에도 놓았다.

물컵도 두 개 준비했다.


“꼭 같이 온 것 같네요.”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사장님은 우리가 모녀인 줄 아셨는지

밑반찬을 하나씩만 내오셨다.


“우린 일행 아니에요~

아가씨, 김치 하나 더 주세요.”

아주머니가 사장님께 말씀하셨다.


그 덕에 김치도 하나 더 받았다.


식사를 마친 아주머니는 먼저 일어나셨다.

나는 조용히, 팥죽을 한 숟갈씩 떠먹는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우린 어떤 인연으로

이 자리에 함께 앉게 된 걸까.’


엄마가 떠오른 마음에 들어간 팥죽집에서

낯선 아주머니와 밥을 나눴다.

엄마와 딸처럼 보였던 하루였다.


어쩌면 그 인연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에

조용히 스며든 따뜻한 위로였을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팥죽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