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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 Jun 01. 2024

[D+257] 육아가 인생의 '업데이트'인 이유

아이 낳으면 겪는 구체적인 변화들 a to z

들어가기 앞서

지난 번 올린 글(남편이 저랑 살기 힘들답니다...)이 생각보다 큰 이슈가 되며 많은 분들이 말씀을 남겨주셨다. 지나치게 솔직한 나의 글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매서운 댓글들에 손이 벌벌 떨렸다. 쪽팔린 줄 모르고 내 그런 모습까지 글을 남겼을까 후회스럽기도 했지만, 그 글을 쓰면서 정확하게 나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듬어지지 않은 나의 내면에 대해 글을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람들이 그토록 비난의 목소리를 던진 이유는 내가 너무나 부족한 면만 파고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못난 면만 채찍질하고 변화되려고 노력하면서만 살아왔던 내 지난 날이 고스란히 드러난 순간이다. 얼마만큼의 솔직함으로 내 모습을 써갈지 이제 잘 모르겠다. 내 못난 면을 다듬는 것만큼 나를 보호하는 것도 필요하니 말이다. 마음이 정리되면 이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오늘은 2023년 11월 21일, 아이가 257일이 된 날 쓴 글로 연재를 대신하고자 한다. 아이를 낳으며 '변화된 생활'과 '내면의 변화'에 대해 세세하게 적은 글이다.



육아는 내 안에 설치된 소프트웨어가 하나 둘 업데이트 되어 가는 과정이다.

 아이를 낳게 되면 취향이 업데이트 된다.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카페,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카페를 선택할 때 커피의 맛과 분위기만 보던 내가 유모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테이블 거리와 적당한 소음, 기저귀를 갈만한 공간이 있는 곳을 고른다.

외식 메뉴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국물이나 기름이 튀는 고깃집은 논의 선상에서 일단 제외된다. 아이를 데리고 식사할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이 주어지는 곳이어야 하고 너무 사람이 많은 곳도 힘들다. 반드시 아이가 울 때 서서 들고 달랠 여유 공간 정도는 있는 식당이어야 한다. 한번은 용산역에 갔다 선택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북적이는 식당서 김치찜을 먹게 됐는데 아이는 울고 달랠 공간은 없고 정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고 얹혀서 나왔던 기억이 있다.

우리 부부는 이 기준에 딱 적당한 공간을 찾았는데 바로 서울 근교에 있는 대형 카페들이다. 대형 카페는 커피가 조금 더 비싸지만 우리에게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과 우는 아이를 달랠 수 있는 공간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브런치를 제공한다.  

또 혼자서는 한번도 듣지 않았던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된다. 그것도 온종일. 덕분에 좋아하는 음악가와 곡도 생겼다. 주말이면 가는 곳도 달라진다. 사람이 많고 시끌벅적한 곳을 싫어했던 나는 이제 주말마다 온, 습도 유지가 일정하게 되고 수유실과 기저귀 갈이대가 있는 백화점, 대형 쇼핑몰로 발걸음을 옮긴다.



취향뿐만이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아이를 낳고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를 데리고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싱긋싱긋 웃으며 말을 걸어준다는 점이었다. 혼자 다닐 땐 결코 겪지 못했던 이런 경험이 무척이나 낯설고 신선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아저씨, 초등학생 아이, 남녀노소할 것 없이 아이를 보면 눈인사를 건넨다. 한번은 아이가 50일이 갓 넘었을 때 아기띠를 하고 동네 공원을 산책한 적이 있다. 볕 좋은 벤치에 할머니 두분이 앉아 계셨는데 애기 구경 좀 하자고 앉아보라고 하셔서 벤치에 일렬로 앉아 한참을 보여드리고 왔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애기가 귀해서 돈 주고 구경해야혀'하며 씩 웃으시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한여름 아기 양말을 벗기고 나가면 아이 발이 빨갛다며(피가 통해서 그런건데..) 양말 신기라는 혼도 참 많이 났다. 모두 다 아이에 대한 관심의 표시였기에 감사하게 들리기만 했다.

아이 덕분에 이웃간의 정도 처음 느껴보았다. 100일이 되었을 때 같은 층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며 인사를 드렸는데, 바로 옆집 할아버지가 건강하게 자라라며 용돈을 주시고 또 다른 옆집 아주머니는 아기 로션을 선물로 주셨다. 아이는 집안의 화초라는 산후도우미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자면 아이는 바깥 세상도 밝게해주는 세상의 화초였다. 우리 아이를 예뻐해주셔서 감사한 마음보다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걷던 사람들이 씩 하고 웃어줄 때 그 공기가 따뜻해지는 게 좋다.

또 나는 아이 덕분에 처음으로 거꾸로 걸어보았다. 답답한 걸 싫어하는 아이는 유모차에 잘 타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유모차를 밀 때 앞뒤로 흔들면서 간다거나 s자 형태로 민다거나 조금씩 변형을 줘야 그나마 울음을 그친다. 어쩌다 유모차를 반대방향으로 하고 거꾸로 걸어보았는데 울음을 뚝 그치길래 한동안 거꾸로 걸은 적도 있다. 앞만 보고 다니다가 내가 온 방향의 풍경을 바라보고 걸으니 앞으로 봤을 때보다 지나온 나무길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아이 덕분에 남의 입장을 더 잘 헤아려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직 8개월밖에 안 된 아기는 울음으로만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엄마 아빠는 눈치코치로 무엇 때문에 불편한지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기가 우는 이유는 정말 다양한데 배가 고파서 울거나 졸려서 울거나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일정한 시간 텀으로 주는 밥 시간은 깜빡하기가 쉽지 않은데 가끔 정신이 너무 없을 때면 '아 맞다 밥!'하고 뒤늦게 아이가 우는 이유를 알 때도 있었다. 내 끼니는 절대 까먹지 않지만 아무리 내 속으로 낳은 아이라 하더라도 아이가 배고픈 것은 깜빡할 수도 있다는 게 놀라웠다.

유튜브로 아이가 울 때는 원하는 요구에 따라 울음 스타일이 다르다고 해서 여러번 돌려듣기를 해보았지만 실전 적용은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반복학습의 힘인지 신기하게도 어느 시점을 지나니 울음소리만 들어도 딱딱 알아차리게 된다. 적중율이 90프로는 된다.

또 더 나아가 자고 싶으면 자고, 쉬고 싶으면 쉬고, 먹고 싶으면 먹는 삶을 더이상 할 수 없는 경험이 생소해서 재밌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낳고 새롭게 느끼는 점은 인간 존재에 대한 경외감이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갓난 아이로 태어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눈길과 손길을 받고 자랐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가끔 우리 엄마는 우리 삼남매가 말을 안 들을 때면 '니네는 니네가 알아서 쑥쑥 큰지알지?'라는 투정어린 말을 하시곤 했는데 그때는 진짜 내가 알아서 쑥쑥 큰지 알았던 것 같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의 존재를 보면서 인간은 어릴 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손길의 빚을 지고 커가는구나 하고 느낀다.



마지막으로, 마음의 변화가 담긴 날 것의 일기장을 공유한다.

[23. 03. 09]

3월 9일 오전 5시 1분에 수수가 태어났다. 지금도 실감이 잘 안 난다. 출산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생진통으로 죽음의 2시간을 보냈다. (중략) 하여간 그렇게 맞이한 수수는 놀라울 정도로 귀여웠다 눈을 깜빡이면서 내 눈을 바라볼 때 심장이 아팠다. 내 뱃속에 진짜 네가 있었구나 하면서 실감이 나고 한편으로 실감이 안 났다 저녁 면회에 수수 보러 가는데 진짜 내가 낳은 새끼가 맞나 왕귀여웠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렇게 낳았을 걸 생각하니 너무 고맙고 먹먹했다 세상에 부모되는 일만큼 짜릿한 일은 없다 처음 느껴보는 고통과 처음 느껴보는 행복, 단짠의 조화가 완벽한 하루 23년 3월 9일 기록해본다. 수수를 보니 실전이 별로 두렵지 않다. 오빠도 나도 화이팅


[23. 04. 04]

나의 아이라서 그런지 그냥 마냥 소중하고 예쁘다. 울면서 땡깡 부릴 때는 화도 조금 난다. 잠깐 분유 먹이면서도, 트름 시키면서도 과자 보면서 티비보고 싶고 핸드폰하고 싶다. (내 욕구는 건재하다)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을지 무섭고 두려운 감정이 하루에 한번은 든다.
아기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구안와사가 안 돌아올까봐 무섭다. 자식을 키운 사람들이 다 대단하게 느껴진다. 엄마가 미친듯이 보고싶다. 울 여유가 없다.

우울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심각할 거 없다 나는 지금 신생아를 키우는 모먼트에 있을 뿐이다
앞에 빵 먹는 엄마랑 아기 너무 너무 귀엽다 (카페였음) 나도 단하랑 저렇게 빵 먹는 날을 꿈꾸리!


[2023. 05. 17]

어제 오늘은 너무 매운맛 육아였다. 콧물이 질질나고 머리가 띵한데 단하도 칭얼대니 어디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콕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라 불안했고 이것도 못 버티는 내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오빠한테 이런 감정들을 털어놓기도 민망해서 퇴근하자마자 문 닫고 눈을 감았다. 퇴근하고 힘들텐데 다음날 6시반까지 본인이 봐주고 고맙다고 생각하는데, 괜시리 퉁명스럽게 출근하는 모습에 눈치가 보여서 다시금 오빠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고맙단 말이 쏙 들어갔다 (각설하고)

아이 먹이고 놀고 재우기 이게 뭐라고 나는 이것에 집착하고 실패하면 실망하는가. 집착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잠투정 심한 아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이마다 기질도 다른데 그걸 다 따라오는게 말이 될까 의문이 자꾸 들었다. 다만 독립적인 아이로 성장하는 것이 나중에 단하에게 사회생활의 큰 장점이 될거란 생각에 내가 이렇게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 1번만 성공하기를 목표로 하고 100일까지 차차 늘려나가야겠다.

오늘 기억나는 장면은 스테이크 샐러드를 먹다가 갑자기 울음이 터진 것이다. 콧물 찍찍에 머리는 띵하고 아이는 내품에서 자겠다고 징징대며 포대기를 차고 그와중에 밥을 먹고 있는 나라니, 이럴수가... 스스로가 미워져서 밥숟갈을 내려놓았다. 그게 요즘 우울의 원인인 것 같다. 아이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는 내가 싫고 누군가 본다면 나를 흉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 내가 나의 엄마가 되어주자 내 엄마의 시선에서 나를 보자 그리 다짐한다. 그리고 수면교육보다 단하에게 안좋은 감정을 주는 것이 더 안 좋으므로 내가 행복하기를 우선순위로 두겠다 다짐한다.


[23. 05. 19]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점, 아이가 아무리 예쁘고 사랑스러워도 나를 먼저 생각할 것. 인간 역시 동물이기에 자기 자신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어야 행복한 것이다. 엄마가 희생해놓고 자식 탓하는 상황이 되는 것도 결국 자기 삶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단하와 있을 때도 계속해서 나의 욕구를 생각하고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나와 단하가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ps. 저스트댄스 하면서 나도 행복하고 단하도 행복해보이고 그래서 든 생각)


[23. 05. 20]

사랑하는 이의 자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 단하가 잘 때 너무 피곤하지만 눈을 부릅뜨며 보고 있다. 이 평화롭고 묵직한 기분이란.


[23. 06. 01]

[맘카페에 올린 글]

안녕하세요, 이제 85일 된 딸을 키우는 초보맘입니다. 원래부터 기질이 감성적이고 예민해서 아이가 없을 때도 감정기복 있고 우울감도 어느정도는 달고 지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태어나서도 크게 감정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울감이 없는 분들은 나보다 아이가 훨씬 더 이쁜 걸 잘 느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아이를 보면 너무 천사같아서 내 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기는 한데

이 감정이 뭐랄까 초기 연애할 때처럼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고 뭔가 막이 씌워진 듯한 손에 닿지 않는 느낌인 것 같아요.

저보다 6개월 정도 빠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좋아죽더라구요.

저는 힘들기도 정말 힘들고 아이도 정말 이쁘긴 한데

힘듦 때문에 이쁜 느낌이 선명하지 않은 거 같은 느낌..이거 정상인가요?


[23. 06. 02]

어제는 내인생이 조금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여윳돈이 있지만 필라테스를 끊을까 말까 하루종일 고민하면서 못하는 쪽으로 기울어지니 마음이 좀 아팠던 것 같다. 고작 100만원일지 몰라도 나에겐 100만원씩이나의 돈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빠 건강검진을 생일 선물로 해줘야 될 것 같아서 그돈을 오빠한테 쓰기로 마음 먹었다. 내 욕구가 충족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오빠는 오자마자 본인 배고프다고 나한테 먹으란 소리도 안 하고 본인이 밥을 먹으니 왜인지 서러웠다.

그리고 울면서 엄마랑 단하랑 나랑 셋의 그림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퍼졌다. 쇼핑몰에 가면 엄마랑 데이트 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안 좋다. 남들은 당연하게 여길 일상이 나에게는 단 한번의 기회도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외할머니가 주는 사랑을 단하가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슬펐다. 내가 자식을 낳고 누릴 수 있는 기쁨 중 한가지인 것 같은데 그걸 누릴 수 없는 느낌이랄까.  


[23. 06. 03]

그래도 자식을 낳은 게 더 좋은 이유

내가 누릴 것들을 포기하고(나의 여러 능력) 아이를 선택한 것은 나 혼자로 다른 것들을 누리고 죽는 것보다 진하게 사랑하며 살다가는 것이 내겐 더 행복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내 삶의 목표는 그저 사랑이다.

사랑을 의무로 한다는 것이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참 꽉꽉 채워진 삶이다.

100일도 안된 아가의 얼굴 머릿속에서 잔상이 계속 남을만큼 봤는데 우리 엄마는 내 얼굴을 얼마나 많이 본걸까. 그생각을 하니 이미 너무 많이 봐주었기에, 옆에 있어주었기에 지금 곁에 엄마가 없어도 든든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우리 엄마의 삶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겠구나 싶다.


[23. 06. 14]

배고프냐는 말이 왜 이렇게 서운할까?

우울하다. 이유가 없다. 왜지. 갑자기 우울하다. 그냥 호르몬의 문제일까. 오빠 데리러 가는 길에 그냥 우울해졌다. 재밌는 게 없어서 우울하다. 낮에도 밥 시간 못 지켜가면서 브리또 하나 먹고, 저녁에도 브리또를 열어야 하는 것이 너무 서러웠는지도 모른다. 그냥 좀 더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순간적으로 외롭다고 생각했다. 오빠는 배고프냐고 묻지 말지. 한끼도 제때 못 먹었다고 했는데, 육아하면서 잘 챙겨먹지 못했을 것도 알텐데 굳이 배고프냐고 묻지 않으면 안 되나. 하루종일 밥도 제대로 못 먹었을텐데 뭐라도 먹어야지 하고 좀 챙겨주면 좋을텐데. 에라 그런 남편 갖지 못한 내 탓이지 뭐.



[23. 06. 25]

어제는 혼자 자유시간을 만끽하다 왔다. 운동을 하고 머리를 하고 페디큐어를 했다. 너무 오랜만에 갖는 자유시간에 한껏 들떴는지 욕심을 과하게 냈다. 하고 나니 개운했지만 너무 몸이 힘들어서 단하를 재우고 나도 거의 9시가 되지 않아 넉다운 되었다. 요즘 수영을 하고 근력을 기르고 있다. 내 몸매가 예뻐질 거라 생각하니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죽을 듯이 힘들었다. 50분의 강습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한세트를 하고 뒤돌아보면 고작 5분이 지나있었다. 15분에 향해있는 시곗바늘이 얼마나 야속했는지 모른다. 하고나니 정말 뿌듯했고, 나는 계단을 걸을 수가 없긴 하다^^ 하지만 군살이 정리되는 느낌이 살짝 들어서 행복하다. 열정적으로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


[2023. 07. 12]

단하를 낳고 나니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됐다. 단하가 태어남으로 인해서 우리 엄마에 대한 죄책감도 덜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엄마가 되니 엄마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내가 행복하게 살다가 자신을 만나러 오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병간호 할 때 더 잘 해주지 못했던 걸 후회하는 걸 아주 바라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엄마 인생은 충분히 우리 덕분에 행복했음을 깨닫게 되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 귀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소중하게 자랐는지 알게 되니 내 자신을 아껴주고 보살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하면 나를 소중하게 보살피면서 살 수 있을지 그것이 나의 요즘 화두이다. 내일 내가 죽는다고 해도 행복한 마음으로 죽을 수 있도록 늘 노력할 것이다. 나를 가둬두거나 불행하게 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2023. 07. 13]

일하고 아이를 키우는 삶을 생각해보면 솔직히 마음이 막막하기도 하다.

회사에 돌아가기 싫은걸까. 잘 모르겠다.


[2023. 07. 20]

삶은 유한하고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태어난 게 디폴트값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우연히 만들어졌고 그거에 감사하면서 살다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욕심은 내지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 하면서 적당히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다가고 싶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안타까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춈미님(인플루언서)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많이 나눠주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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