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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3)]네버 네버 어게인 바쿠!

 코카서스여행 후기 -아제르바이잔 편

by 페이칸 Aug 19. 2024

D-1 바쿠? 여긴 그냥 튀르키예 같아 ~


사고 싶지 않았던 물건을 강매 당한 듯, 별로 유쾌 하지 않았던 아파트에서의 하루가 지났다.

돌려 줄거라는 보증금의 이름으로 삥땅 처럼 주고 나니 booking.com에서 메세지가 하나 들어 왔었다 .

" 고객님의 아파트 예약이 취소 되었습니다."

버젓이 이렇게 체크인 했는데 예약이 취소 되었다는 것이다. 순간, 퍼즐이 맞춰지 듯 궁금한게 풀려졌다. 나는 더 이상 이곳의 사용후기를 남길 수 없게 되었고 하킴이 나를 쫓아 내어도 나는 대항 할수도 없게 되었다. 이러니 악플이나 컴플레인 후기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평점 9점에서 10점에 이르는 사용 후기는 모두 가짜 였던 것이다 .


나름 선선한 아침에 벌써들 일어나서 카스피해 근처로 산책을 다녀 온 모양이다 . 주방에서는 차한잔을 나누며 냄비 밥을 살피고 찌개를 끓이고 간을 보는 평범한 장면이 펼쳐지고 식탁에선 이런 이야기가 들려 왔다 .

"난 내일 들어오는 M의 가방엔 뭐가 있을지 벌써 부터 궁금 하네? ."

" M? 기대 해도 괜찮을거야, 아마 한식으로 10첩 반찬이 펼쳐져 있을 테니까 ."

보름 간의 아드리아해 여행을 마치고 어느덧 한식이 먹고 싶을 즈음 아무리 현지 아시안 마트가 있다 하더라도 향수를 달래기엔 집에서 먹던 먹거리만 한게 없는 건 사실이다.

 S가 나를 보자 굿모닝 하며  "칸, 어제 일은 신경 쓰지마, 우린 괜찮으니까 ."하고 인사를 건넨다

' 아 ~다들 황당 하셨죠? 힘들기도 했고요. 정말 죄송하게 됐어요. 휴~~ .'

"왜? 또 뭐가 남았어?"

"후발팀을 위해 예약한 아파트도 좀 불안 하긴 해요 ~ 왠지 느낌이 ~~"

" 에이~ 설마 ~"

어제 잠들기 전 나는 내일 입국 하는 후발 팀을 위해 예약 해 놓은 아파트를 다시 한번 들여다 보았었다. 평소 같으면 의심의 여지도 없었 겠지만  이젠 의심 부터 하고 들여 다 봤더니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을것 같다는 예감 이었다 . Booking.com에 나와 있는 주소가 여기서 멀지 않은 곳 이었는데 아파트가 있을 만한 장소는 아니었던 것이다 . 정신 바짝 차리기로 하고 자유롭고 일정 없이 쉬는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바쿠를 들여다 보면 볼수록 이곳을 튀르키예라고 해도 다를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리가 중국 여행가서 연길 조선족 마을을 둘러 보며 이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모르겠다고 하듯이 말이다 .

그런데 이렇게 인프라가 엉망이거나 물가나 인심이 별로라면 굳이 이곳을 올 필요가 있을지 회의적이었다 . 차라리 튀르키예를 더 여행하거나 조지아를 더 둘러 보는게 낫지 않을까 .

이렇게 부정적 시각이 형성 된 것은 booking.com을 숙주로 한 조직적인 "숙박 사기"와 관련이 없지 않다. 보니까 이런 수법은 오래 전 부터 만연 되어 왔던 것 같았다. booking.com(굳이 편을 가른다며 이들은 철저하게 숙박업자 편인것 같다) 을 통해 예약 업무를 진행한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수많은 예약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 봤지만 이렇게 바쿠에서 처럼 '없는 물건'으로 사기 치는 건 처음 겪는 일 이었다. 누가 상상이라도 할수 있었을까 ?

D-DAY 후발팀이 도착 하는 날     

 

" 오늘 저녁엔 후발팀이 도착 하는 날이에요. 저는 이분들 맞으러 아파트 확인 하고 공항으로 가서 모시고 올거고요, 여러분들도 편하게 하루 보내시길요 . "

오늘 6명이 바쿠에 도착하면 내일 부터 바쿠 여행이 시작 된다 . 이들이 2박3일 동안 묵을 아파트를 먼저 체크인하고 저녁까지 공항으로 픽업 나가는게 오늘 내가 할 일이다 .


미리 체크 해 둔 주소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 .

"아파트 예약한 사람이고 너네가 적은 주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 너는 언제 오는거냐 ?"

"그래? 걸어 가고 있다. 도착 하면 다시 전화 하겠다."

" 지금 몇시냐? 시간을 좀 지켰으면 좋겠다 ."

10분쯤 지나자 , 다시 전화가 왔다 .

" 혹시 모자 쓰고 노란 티 입은 동양인 맞나 ?"

민소매를 드러낸 건달 같은 가무잡잡한 놈 하나가 말을 걸어 왔다 .

" 내가 아까 전화한 사람인데 , 혹시 너 아파트 예약한 것 좀 보여 줄래 ?"

하나도 놀랍지 않았다. 예상 한듯이 나는 준비 해 둔 캡쳐 화면을 보여 줬고 PIN 번호는 가려졌다

"전부 다 보여 줘야 해 . 손가락 좀 치워 볼래 ?"

" 왜 그래야 하지? 예약 화면은 보여 줬고 내 이름 까지 확인 했음 된거 아닌가 ?"

어디론가 전화 하더니 또 한명의 민소매 드러낸 가무잡잡 사내가 나타났다 .

내가 즐겨 보던 WWE 의 USO 형제가 왜 여기 나타난거지 ? 할 정도로 닮았던 진짜 건달 같은 말투 그리고 팔뚝에 새겨진 큼직한  타투 자국 .....

황당 해서 파란 하늘만 쳐다 보며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 듬는다 .

"이름이 칸이라고? 반가워 나는 아파트를 관리 하는 자잇인데 우리가 너의 아파트를 안내 하려면 네가 예약한 내용을 확인 해야 해 . 자세히 좀 보여 줄수 있니?"

"booking.com에 컨택 해봐 . 그럼 자세히 확인 할수 있을거야. 왜 내가 보여 줘야 하는거지? 너야 말로 정말 아파트 관리인이 맞는지 모르겠다. 신분증 좀 보여 줘봐 . 난 여권을 보여 줄수 있지."

"아니 우린 거기에 확인 못해. 모든것을 사무실에 놔두고 와서 그러니 네걸 좀 보여 줬으면 좋겠어"

" 난 방3개 짜리 에 욕실 3개 있는 아파트를 예약 했는데 그걸 먼저 보여 줬음 좋겠다 . 어디 있는거야?"

"pin 번호가 어떻게 되지?"

아마 이들의 수법이 그제 하킴이 했던 메뉴얼과 비슷한것 같았다 . 방값을 다 지불 하고 나면 마찬가지로 예약을 취소 할게 뻔 했다 . 계속 버티자 이들은 서로 뭐라고 말을 주고 받고는 아파트를 안내 할테니 따라 오라고 하며 앞장 섰다. 그런데 하킴이 안내 했던 우리가 머물고 있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 가는게 아닌가 ? 단지 안 입구 앞에는 정자 같은 마루가 있었는데 나이 지긋한 노인이 앉아 있었고 이들에게 목례를 하는게 무슨 조직의 보스 정도 되는듯 했다. 어두컴컴한 아파트 계단으로 올라갔다. 아주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     

문을 열고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자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구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방3개짜리 아파트가 나타났다 .

"이건 사진에서 본것 과 많이 다른데? 욕실 3개인데 여긴 2개 밖에 없고, 방마다 있다고 했는데 아직 청소도 안됐군"

외려 어이 없다는듯 쳐다 본다.

"여긴 욕실 3개 짜리는 없어."

"그렇다면 넌 내게 거짓말을 한거고 난 예약과 다른 이 집에는 관심이 없다네 '"

" 취소 한다는 말인가?"

"취소? 취소 불가 조건인데 내가 어떻게 취소 하나 ? 예약과 다르니 같은걸 보여 달란 말이지. 난 먼저 일어나겠네. 준비 되면 알려주게 ."

하면서 아까 그 입구의 정자 앞으로 걸어 내려 왔다 . 그때였다

" 칸~ 너 칸 아니야?"

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하필 그제 만난 하킴이 차를 운전 해서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면서 나를 발견 한 것이었다 . 다시 보니 기분 참 더러웠다. '재수 없는 놈!' 노려 보고는  외면하고 지나 칠려는데 기어코 하킴은 차에서 내려 나를 붙잡고는 uso 형제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 서로 아는 듯  커넥션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킴, 도대체 얘네들 뭐냐 ? 뭐든 다 거짓말이야 !"

참다 못해 하킴에게 소리 질렀다.

사실 난 그제 하킴에게 쓴 소리를 했었다 .

" 난 유럽에서 수많은 예약을 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 내게는 고객이 있고 너도 비지니스일테니 너 나한테 잘 해야 할거다. 그러니 청소 얼른 제대로 끝내고 인원 수대로 타올 갖다 놔 . 그리고 화장지,세제 다 채워놔 . 안그러면 난 결코 여기 다시 안올거다. 너 때문에 아제르바이잔이 싫어 질거라고 !"

결국 하킴은 내말대로 타올 ,청소등을 해놨고 내게 메모를 보내 왔다 .

" 더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 말 해주게 ."


그나마 내상이 나아지려나 싶었는데 같은 일을 두번이나 겪고 나니 도저히 흥분을 막지 못했다 .

" 칸, 다른 예약이 또 있었구나?"

하킴은 들은체 만체 무시하 듯 밖으로 나가는 나를 보며  uso 형제들을 붙잡았다 .

"칸은 한국에서 온 쓰루가이드야 .그냥 내버러 둬."

뒤를 돌아 보니 더이상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 . 그리고 uso에게 톡이 날아왔다

" 미안하다.너의 예약은 취소 해 줄께, 아무런 페널티도 없을거다 ."

이미 나는 어마어마한 시간의 손실이 발생 하고 있었다. 미리 미리 예약한 시간들이 통두리째 사라졌고 오늘 체크인 할 숙소를 당일 알아 봐야 하는데 방이 있기는 있는 걸까?


바쿠에서는 booking.com등의 시스템을 믿을 수 없으니 발로 직접 확인 하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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