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중을 높이라는 IPCC 특별보고서의 의미는?
기후변화의 기장 큰 요인인 에너지부터 변해야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선 크게 논란이 없다.
큰 방향성 역시 화석연료를 줄이고 청정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방법론을 '갑론을박'.
특히 원자력발전 부문에 대한 논쟁이 가장 치열하다. 발전 특성상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청정에너지란 주장과 안전과 뒤처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원전은 청정에너지가 아니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IPCC 특별보고서, 1.5℃ 지키기 위해 원자력 필요"
2018년 10월 발표된 IPCC 특별보고서의 핵심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2℃가 아닌 1.5℃로 제한해야 하는 시나리오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 평균온도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1차 에너지 중 원자력 발전량을 원전 발전량을 2010년 대비 59~106%가량 늘려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대해서는 "태양 에너지, 풍력 에너지, 전기 저장 기술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이행 가능성은 지난 수년간 크게 개선된 반면 전력 부문에서 원자력 에너지와 탄소포집저장(CCS)의 이행 가능성은 유사한 정도의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2019년 12월 EU 회원국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등이 반발했지만, 현실적으로 원전이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데 유용한 수단으로 본 것이다.
특히 산업 구조 상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지만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에는 기술적,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국가들의 경우, 원자력발전은 산업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감축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었다.
또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재생에너지를 선택한 국가들도 재생에너지의 최대 약점인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는데, 전력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선택한 것이다.
기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온실가스 배출로 보고, 온실가스 배출만을 기준으로 에너지원을 평가한다면 원자력은 기후변화에 상당히 좋은 에너지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화석연료를 태워 열과 에너지를 얻는 방식의 경우 이미 대부분 2차 에너지인 전기로 대처할 수 있어, 대량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원자력은 현재의 산업구조를 유지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이외의 환경적 문제와 안전성을 감안할 경우,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높아진 경계심과 실제 후쿠시마 사고를 처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 등은 경제적이면서 온실가스가 없다는 원자력의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의 강점 중 하나인 경제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실제 원자력은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존 원자력발전 비용에 사용후핵연료라 불리는 원전 뒤처리 비용을 더한다면 원전으로 인한 발전 비용은 그 어떤 발전원보다 비싼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
또 최근에는 비싸다고만 여겨지는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경제적인 에너지원일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이나 덴마크 등에서는 기술발전과 규모 확대로 해상 풍력발전의 경우, 뒤처리 비용을 뺀 기존 원자력발전 비용보다 저렴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 대책으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경제적 문제로 인해 원전 걸설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원 조달과 전기요금 측정 문제, 그리고 뒤처리 비용 등 상당히 민감하고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문제를 조율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여기에 원전의 후행 부문인 수명이 다한 원전의 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리 등 아직 기술적으로 불안한 부분이 있어 사업을 진행하려는 측과 사업을 수행하는 측 사이에 의견이 쉽게 조율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영후핵연료 처리 문제 역시 원자력발전의 확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소 10만 년 이상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10만 년을 보장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지금의 에너지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사고로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의 특성을 고려하면 무작정 원자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원자력발전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 증 하나임은 분명하다. 당장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을 위해서라면 원자력은 화석연료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를 당장 늘리기 어려운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거나 당장 재생에너지 확충이 어려운 국가들에게도 원자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IPCC 특별보고서에서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라는 것과 EU가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지정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IPCC 특별보고서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해 1차 에너지 공급원에서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재생에너지를 늘려하는 시급함도 같이 설명되고 있다.
특별보고서는 재생에너지를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절반 이상, 전력 생산에서는 70~85%까지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별보고서의 내용에 따르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를 달성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만 한다.
2019년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감안하더라도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30~35%까지 높일인다는 정책적 목표만으로는 IPCC가 추천한 2050년 비중 50%를 달성하는 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유독 원전 비중 확대만 주목받고 있는 IPCC 특별보고서의 다른 면, 즉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많은 관심을 보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