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 , 지속가능을 말하다
2015년 파리 협정을 통해 약속한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은 1.5℃. 산업 혁명 이후 지금까지 1℃가 상승했기 때문에 이제 우리에게 남은 온도는 불과 0.5℃ 밖에 없다.
인류 생존을 위한 과제, 기후변화를 막으면서 지금의 편안함을 이어가기 위해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 대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즉 기후변화를 막고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한 방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관련해 경제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에너지와 산업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런 요구에 대한 응답이 바로 'RE100'이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약속으로, 정부가 강제한 것이 아닌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일종의 캠페인이다.
현재 애플, BMW, GM, 구글, IKEA, 유니레버 등 207개 글로벌 기업들이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RE100이 왜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 있을까?
RE100 참여기업들이 부품 공급기업 등 협력업체에게도 재생에너지로 제조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자체가 재생에너지로 전환된 비중이 적을 경우,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 납품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충하는 등의 방법으로 RE100을 충족시킬 수 있겠지만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의 경우 국가의 전력원에 따라 수출 가능 여부가 정해질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RE100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글로벌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비중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 수출기업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RE100 참여기업인 독일의 BMW는 협력사인 삼성SDI에 배터리 생산시 재생에너지원 사용을 요구했고,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같은 요구를 한 바 있다.
삼성과 SK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부품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삼성과 SK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의 경우, 앞으로 RE100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RE100에 대한 음모론도 만만치 않다.
산업혁명으로 온실가스를 이미 많이 배출하며 경제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서구 국가들이 이번에는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경제적 우위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RE100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곳은 유럽인데, 에너지 부문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기 때문에 RE100을 도입했을 때 가장 유리한 유치에 있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선도국가인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무역의 판을 뒤집기 위해 만들었단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RE100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는 인식도 강하다.
이 때문에 많은 기후전문가들은 빠른 산업화를 통해 여러 산업 분야를 상당히 선점하고 있는 선진국이나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이나 후발 주자들에게 RE100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구축 비용 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후발주자들이 배출하는 탄소량만큼 더 감축 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그린 뉴딜을 통해 RE100에 대한 기반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 녹색 프리미엄제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제삼자 전력구매계약(PPA) 등 다양한 이행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RE100을 실행하기엔 제도적 정비가 부족한 상항이다. 최근 EU를 중심으로 RE100을 넘어 탄소세 도입까지 논의되고 있는 만큼, 우리의 산업구조도 '기후변화' 패러다임에 맞는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일까?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지 않을 정도라고 가정하면 아마도 ‘먹을 것’으로 인한 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 변화 없이 단순히 온도만 1도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밀과 쌀, 옥수수, 콘 등 4대 작물의 수확량은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날씨가 장기간 바뀌지 않아 폭우와 가뭄 등 이상기후가 빈번히 발생할 경우, 수확량 감소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에 유럽이나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변화를 대비한 품종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식량 패권에 대한 사전 준비단계로, 극한 기후와 여러 병충해에 잘 견디는 연구가 한창이다.
실제 네덜란드의 종자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토마토 나무에 균을 투입해 질병을 일으키고, 해충을 투입해 해당 품종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다시 종자개량에 사용되고, 똑같은 실험을 반복해 작물마다 병충해에 대한 빅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이는 나중에 기후변화로 인해 변한 외부요건에 최적화된 품종을 찾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EU는 지난 8월 녹색 및 디지털 전환 투자를 위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1,503조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30%를 기후보호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고, 지난해 말 시작한 그린딜 사업부터 이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EU의 그린딜 사업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기후, 에너지, 산업, 건물, 수송, 농업, 생물다양성, 환경 등 크게 8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그린뉴딜 역시 EU의 그린딜과 비슷한 사업군을 가지고 있지만 농업과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정책은 전무하다.
EU와 우리나라가 농업에 대한 판단이 다른 이유는 현재 농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 때문일 수 있다.
EU의 경우 농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 중 하나이다. EU에서 배출되는 전체 온실가스 중 10%가 농업에서 나온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배출량의 2.9%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EU는 그린딜을 추진하면서 ‘탄소 농법’을 늘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했지만 우리나라는 비용 대비 성능, 즉 가성비가 맞지 않아 이 같은 정책이 빠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농업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데다 지역 발전, 건강 정책 등 다양한 분야와 얽혀 있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에서 빠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갈수록 식량 자급률 등이 낮아지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라도 농업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기후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장 농업에서 나오고 있는 국내 온실가스 양, 2000만 톤 역시 적지 않은 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농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기후변화 시대 식량 패권을 노리는 선진국들과 달리 그린 뉴딜이란 종합 패키지형 정책을 마련하고선 미래 중요 산업 중 하나가 될 농업이 빠진 건 조금은 아쉬운 상황이다.
지속 가능함을 위해선 모든 분야가 시계 톱니바퀴처럼 서로 잘 물리면서 가동돼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모자라거나 과하게 되면 톱니바퀴 체계는 어느 순간 작동하지 않는다.
이제 막 발표된 그린뉴딜이다. 첫 술애 배 부를 수 없다.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원동력인 예산 역시 얼마 전(9월 2일) 정부안이 발표됐을 뿐이다. 남아 있는 절차를 감안하면 그린 뉴딜에 빠진 부분을 채워 넣고 관련 예산을 배정할 방법도 시간적인 여유도 있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진짜 늦은 것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다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목표와 멀어진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정책을 살피며 빠진 부분은 채워 넣을 수 있는 유연함과 넓은 시야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