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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애아빠가 되었습니다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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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대디 Feb 13. 2020

하품과 사랑의 공통점

사랑은 사랑을 타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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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학부 전공은 아동학이었다. 졸업 후 아내는 다년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다. 보통 어린이집 교사들은 아이를 좋아해서 아동학을 시작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이상과의 괴리로 인해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한다. 반면 아내는 아이들을 정말 많이 좋아했다. 교구 제작이나 환경미화 등으로 늦은 퇴근 후에도 아이들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빼먹지 않고 애청했을 정도다.

아내의 아이 사랑은 자연스럽게 자식 사랑으로 이어졌다. 남의 아이도 그렇게 예쁜데, 자기 자식이야 오죽할까. 돌이 다 되어가는 아들을 보는 아내의 눈은 여전히 사랑이 가득하다. 나에겐 아들이 있다. 나의 아기 때와 똑 닮은 아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방 안에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내와 아들이 노는 소리를 들을 때가 많다. 아내는 그간 쌓아온 아기와 놀아주기 내공을 선보인다. 나는 아내가 아들에게 구연동화하듯 동화책을 읽어주는 소리가 좋다. 어른인 내가 들어도 재미있다. 아내는 다양한 자극으로 아기와 놀아준다. 요즘엔 보기 드문 포대기로 능숙하게 아기를 업고, 집안일을 하기도 한다. 일하다가 한 번씩 아내가 아들을 포대기로 업고 방에 들어올 때가 있다. 볼 일을 마치고 돌아가서는 아내의 등 뒤에는 귀여운 아들이 아기 원숭이처럼 매달려 있다.

나는 아내가 아들과 놀아줄 때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날씨가 좋아 기분이 좋은 그런 느낌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의 어떤 것을 간지럽히는 그런 기분 좋음이다. 이 감정이 무엇일까 가만히 살펴보니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아내가 아들을 돌봐줄 때, 나는 어린 시절의 내가 돌봄을 받는다고 느끼는 걸까.'

나의 어린 시절에 엄마는 많이 바쁘셨다.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아침 식사만 네 번 준비하셨다고 한다. 새벽예배 가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식사, 아버지와 아직 학생이었던 고모 두 명의 식사, 그리고 고모들 도시락, 많이 어렸던 형과 나, 엄마가 먹는 상까지. 그때는 주 6일 출근이었고, 아침에만 이 정도의 일정이었으니, 엄마의 일상은 항상 고단했고, 바빴다. 그러던 중 내가 두 살 때 할머니가 중풍으로 누우셨고, 엄마의 시집살이는 한층 더 고달파졌다. 불행 중 다행인지 나와 형은 순한 아기였다고 한다. 순한 아들들 덕에 그나마 숨을 쉬셨다고. 그래도 자기 자식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준 게 못내 아쉽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손이 많이 안 가고 알아서 잘 커준 아들이라고. 영아기 때의 기억은 없지만 어린 시절 기억을 되뇌다 보면, 나는 엄마의 손길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 더 다정한 엄마였으면, 더 나랑 놀아줬으면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놀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 그랬을까. 연애시절 다정하게 날 잘 챙겨주는 아내에게 더 사랑을 느꼈나 보다.

아내의 목소리에 아들이 웃는다. 나의 작은 분신인 아들은 엄마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받으며 무럭무럭 크고 있다. 아들을 향한 아내의 사랑은 아들의 웃음소리가 되어 나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 어린 시절의 나도 그 사랑을 하나씩 주워 먹고 있는 것 같다.

유난히 한가했던 어느 평일 오후, 나는 아내가 맛있게 끓여준 김치찌개를 든든히 먹고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이어 아내도, 아들도 하품을 했다. 아들의 작은 입이 있는 힘껏 하품을 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누군가 하품을 하면 옆사람도 하품을 하듯, 아내의 사랑이 아들을 통해 나의 마음속 잊혀진 상처를 아물게 하고 있다는 생각. 그렇게 나도 모르게 시나브로 치유된 나는 건강한 아빠가 되어 아내와 아들을 사랑할 것이다.

오늘도 사랑은 하품처럼 전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