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uition, 직관형 직관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며 원리를 이해하려고 한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려는 경향이 있다.
1. 집안일의 원리
집안일은 정말 끝이 없다. 이 일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면 정신이 혼미하다. 물만 마셔도 설거지로 이어진다. 빨래 주기는 또 얼마나 금방 찾아오는가. 실내복 빨래를 하면 바로 실외복 빨래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청소도 해도 마찬가지다. 먼지와 머리카락은 때가 되면 약속한 것처럼 바닥에 앉는다.
사실 저녁도 고민거리다. 외식이나 배달음식도 몇 번이지 건강이나 식비를 생각하면 해먹기도 해야 한다. 하루하루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는 것도 끝이 없다. 직관형 남편은 이런 현상을 계속해서 관찰하다가 깨닫는다.
이 많은 집안일을 해결하는 원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조금 더 뻗어나가 보면, 실제 살림에 항상 영향을 미치는 법칙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열역학 제2법칙. 흔히 엔트로피 법칙이라고도 불리는데, 쉽게 설명하면 무질서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집안을 봐도 이 법칙은 너무나 명확하다. 정리라는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집은 어질러진다. 설거지 그릇이 계속 생기고, 빨래가 쌓인다. 이것을 피할 수는 없다.
2. 제자리 원칙
이런 무질서 법칙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집안의 원칙을 정하기로 했다. 자연계의 법칙에 대해 가정의 원칙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물건을 정해진 곳에 둔다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우리 집은 요리를 하거나 식재료를 사면, 소분통에 나눠 냉동 보관한다. 각 소분통은 해동하고 사용한 다음 개수대를 거쳐 보관함으로 돌아간다. 다시 식재료가 생기면 각 용도별 소분통이 소환된다.
이 흐름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제자리에 두는 원칙이다. 냉장 보관과 냉동 보관통을 나누고, 각종 소분통의 크기에 따라 수납장 자리에 둔다. 이런 원칙에 따라 평소에 정리를 해두면, 혼란이 커지기 전에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구분에 따른 라벨은 아내의 도움을 받았다
직관형 남편에게 이런 사례는 가정의 원칙 중 극히 일부다. 조상들의 노하우에 따라 의/식/주로 집안일을 나누고 각각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힘을 덜 들일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재료를 더 오래 보관하는 방법, 습기 찬 집을 해결하는 방법 등을 계속 고민하는 것이다.
3. N의 그림자
3. N의 그림자
이렇게 근본적인 원리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직관형에도 그림자가 있다. 숲을 보는 것에 치중하는 것만큼 나무를 유심히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집안으로 돌아가면 청소가 그 영역이다.
직관형 남편이 청소를 하면 뭔가 어설프다. 나름대로 청소기를 돌리지만, 뒤를 돌아보면 작은 먼지가 남아 있을 때가 종종 있다. 정리는 좋은데, 청소는 잘 못한다. 어차피 먼지는 계속 생기는데, 조금 덜 꼼꼼해도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을 펼쳐본다.
이때 감각형 아내가 등판해서 그 생각을 뒤집는다. 그녀가 청소기를 돌리면 확실히 다르다. 나에겐 보이지 않는 청소 구역을 찾아내고 만다. 문 뒤편이나 청소기가 들어가기 어려운 것도 구석구석 청소기의 각도를 돌려가며 진입한다. 청소기가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부분은 먼지털개를 동원한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머리카락 하나 남지 않는다. 철저한 사람이다.
정리는 좋지만 청소는 귀찮은 직관형 남편. 감각형 아내 덕분에 좀 더 깨끗한 집에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청소가 재밌다는 아내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계속 그 꼼꼼함을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