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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크래프터 Nov 11. 2023

비혼주의자였던 남자에게 아이가 생겼다


1.


“35살까지는 결혼 생각이 없어요.”


26살에 막 취업을 하고 부모님께 드렸던 말씀이다.


아들의 취업에 기뻐하시는 부모님께

왜 굳이 그렇게 말을 한 걸까.


아마 사회적인 기대감에 피로감을 느껴서였을 것이다.


빡빡한 입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고는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을 했다.


그 기간이 길어져서

부모님께 더 이상 걱정을 끼쳐드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시점.


정신을 차려 취업에 도전을 했고,

어렵게 회사에 들어간 다음에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드디어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겠구나.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자립을 이뤘으니,

이제는 정말 나의 인생을 살아보자.


입시 - 취업의 관문을 지나

다시 결혼 - 육아 - 은퇴 준비 등

사회가 정해놓은 정답과 같은 인생은

이제 그만하고 싶었다.


일찍이 결혼해서 훌쩍 유학을 떠난 형도 있으니,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결혼은 무슨.


2.


그러나 인생은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첫 취업 이후 여러 번 이직을 하는 내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믿어준 덕분에

안정적인 직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감사한 마음으로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다.


물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아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이 작은 월급으로 부부가 살아가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한 사람을 온전히 키울 수 있다는 말인가.


단지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일이라면,

준비가 안 된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경제적 비용

- 둘 만의 여유로운 시간이 사라지는 것

- 올바른 성인으로 키워야 책임감


이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육아는 너무나도 부담되는 과제였다.


아빠가 되기에는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족한 내가 아이를 키운다니.



3.


런 생각으로 아내와 신혼을 보내다가

관점이 바뀐 계기가 있었다.

문득 아내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성격과 유연한 사고방식,

어린아이와 놀아주는 모습

다른 사람을 품는 마음을 볼 때

어머니로서 준비가 된 것 같은데.


이제 아이를 키우는 것.

이 선택은 나에게 달려있는 것으로 보였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면,

함께 키울 수 있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마음 문이 열린 것처럼

육아에 대해서도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의 벌이에 좀 더 아끼고

서로 잘 챙기면 한 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지금부터 잘 계획하고 준비를 하면

아이를 키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더 발전하면서

리 부부는 아이를 키우기로 결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을까.


35살까지 결혼 생각이 없던

비혼주의 남자의 인생에


35살이 되기 전

아이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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