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기억탄소색
수학영재인 아이가 과학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연필박물관'이야기를 하니 과학시간에 들은 이야기라며 갑자기 궁금한 게 있다고 한다.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에 매번 당황스럽기만하다.
“엄마, 연필심이랑 다이아몬드는 왜 색이 달라요?”
그 질문에 나는 잠시 멈췄다.
‘같은 탄소인데 왜 이렇게 다를까?’ 나도 예전에 궁금해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탄소. 이 단어를 떠올리면 대부분은 ‘검은색’을 떠올릴 것이다.
숯, 그을음, 자동차 배출가스. 하지만 이 원소는 단순히 어둠의 상징이 아니다.
빛을 품기도 하고, 생명을 이루기도 하며, 때로는 지구의 미래를 결정짓기도 한다.
탄소는 색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색을 담을 수 있는 존재다.
오히려 많은 색들을 포용할 수 있어서 검은빛을 띤다고 생각하는 걸까.
책상 위 연필의 심, 고기 굽던 숯불, 오래된 벽난로의 재. 이들은 모두 탄소다.
이들의 색은 대부분 검거나 회색빛이다. 어두움이라고만 표현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
과거의 시간, 불의 흔적, 열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긴 ‘에너지의 기억’이다.
지구의 뿌리 깊은 생명체들은 오랜 세월 햇빛을 모아 탄소를 저장해 왔다.
우리가 그것을 땔감이나 석탄, 석유의 형태로 꺼내 쓸 때마다 검은 연기와 함께 긴 시간을 태운다.
검은색 탄소는 인류 문명의 연료였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놀랍게도, 우리가 ‘가장 투명하고 순수한 광물’이라 부르는 다이아몬드 역시 탄소다.
단지, 원자의 배열이 정육면체 구조로 치밀하게 결합되어 있을 뿐이다.
같은 탄소가 이렇게 다른 성질과 색을 띠는 건 그 구조 덕분이다.
이건 마치 우리 삶과도 닮았다.
같은 사람도 어떤 환경, 어떤 선택, 어떤 관계 속에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정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탄소는 과학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변화와 가능성의 원소’다.
탄소는 공기 중에서는 무색의 기체로 존재한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이산화탄소(CO₂)는 오늘날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불린다. 너무 많아져버린 이 투명한 기체는 지구를 데우고, 얼음을 녹이며,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하지만 이산화탄소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식물은 그것을 먹고 자란다. 문제는 ‘과잉’이다. 우리도 너무 많은 것을 소비하면서 그만큼의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이 무색의 탄소를 다시 ‘보이게’ 하는 노력이다.
우리의 뼈, 머리카락, 세포, 먹는 음식까지 모두 탄소 기반의 유기물이다. 채소의 초록, 고기의 붉은색, 과일의 노란색. 그 모든 색깔은 탄소의 화합이 만들어낸 생명의 팔레트다. 우리는 탄소로 살아가고, 죽어서도 다시 흙이 되어 탄소로 되돌아간다.
탄소는 순환의 원소다. 생명을 이루고, 에너지를 저장하고, 사라지지 않고 다시 생명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탄소의 색은 시작과 끝이 없는 연결의 색이다.
이제 탄소는 원소를 넘어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 SDGs목표 7 (에너지):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 SDGs목표 12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우리의 선택 하나하나가 탄소를 줄이거나 늘립니다.
- SDGs목표 13 (기후행동): 지금 바로 탄소 감축을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탄소를 ‘검은색’으로만 볼 수 없다.
탄소는 우리의 행동, 생각, 감정이 더해져 다양한 색으로 변한다. 보
이지 않는 이 원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손 안에서, 도시 위에서,
숲 속에서 끊임없이 색을 바꾸고 있다.
녹색인가요, 회색인가요, 아니면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새로운 색인가요.
당신의 하루, 한숨, 선택이 만들어낼 탄소의 색은 어떤 모습일지,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