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지만두렵기도색
참 이상하게도 이번 방학은 너무 짧은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일까.
" 이제 다음주 개학이네~ 좋겠다 "
(방학이 끝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일부러 긍정적인 대답을 유도함)
" 아....(탄식)...맞아요....설레이기도 하는데..........."
" 응, 설레이기도 하는데? "
" 조금 두렵기도 해요..."
" 음...왜? (사실은 엄마도 마찬가지란다...)
알면서도 나는 굳이 왜 물어보는 것일까.
내 마음을 위로 받고 싶었을까.
6월 말이 되면 엄마의 방학이 시작된다.
8월 초가 되면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된다.
7월은 온전한 나만의 방학 시작이기도 하고, 더운 여름의 시작이기도 하다.
2024년 7월은 특별히,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한 달이기도 하다.
하루하루 너무 바쁘게 지나가는데 올여름은 특히 그런 것 같다.
딱히 휴가를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해보니...
7세 유치원 방학이 있었고, (4달)
8세-13세까지 6년 동안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때도 방학이 있었고,(2달X6=12달)
14세-16세까지 3년 동안 중학교 방학이 있었고,(2달X3=6달)
17세-19세까지 3년 동안 고등학교 방학이 있었고,(2달X3=6달)
대학 4년의 방학이 있었고,(4달X4=16달)
대학원 2년 석사과정의 방학이 있었고,(4달X2=8달)
또 대학원 2년 박사과정의 방학이 있었고,(4달X2=8달)
고등학교를 이과를 선택했었지만, 예체능으로 전과를 했었기에
수학을 잘 못하고, 산수는 특히 못하고 계산 자체를 못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 계산을 하고 있다. 하면서도 맞는지 잘 모르겠다.
21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유치원, 초등학교는 1달씩이라고 치고, 대학은 2달씩이라고 치면
60달이 방학이니,
헉!!!! 5년이나 방학을 하였구나...
15년을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교직원으로 근무했던 학교생활 방학까지 모두 합하면......
15X4=60..
그 조차도 60달.. 5년이구나...
겹친 날도 있었겠지만, 10년은 방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강산이 변하는 10년인데
무엇을 하고 방학을 보냈는가.
왜 아직도 방학 계획을 세우고,
확인을 하고 그렇게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방학 천재가 되지는 않는 거지.
이유가 무엇일까.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
8월이 가고 9월이 온다.
마감을 하고 또다시 시작한다.
제일 중요한 건
방학이 가고 개학이 온다.
계속 반복해도
설레지만 두렵...... 기도해야지.
언제쯤
한 달閑達 할까. = 익숙하여져서 잘 통하게 될까.
어른이 되어
방학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니
정말 귀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늘 방학은 있었지만,
마음에만 있었을 뿐,
딱히 정말 편하게 쉬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방학다움이란 무엇일까.
내가 그렇게 흘려보낸 10년의 방학을...
아이들의 겨울방학을 어떻게 준비해줘야하는 걸까. (벌써 월동준비를..)
그래서일까..
두렵지만 설렘도 있는,
보라색 중에서도 차가운 보라, 남보라색으로 "설레지만두렵기도색"을 정해보았다.
보라색은 빨강과 파랑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색이기 때문에 양면성, 이중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예술가, 신비, 우주 등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스펙트럼이 엄청 넓은 색이다.
붉은색이 몇 퍼센트가 들어갔느냐에 따라 붉은보라 RED에 가까운,
푸른색이 몇 퍼센트가 들어갔느냐에 따라 푸른 보라 BLUE에 가까운,
정체성을 가진다.
우리들이 서로 말하는 "보라색"에는 너무나도 다른 의미의
따뜻하고, 차가운 보라의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나도 챙겨야 하고,
새로 시작하는 9월이 설레지만
두렵기도 한,
12월이 4개월이나 남았지만,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때론 여유롭게, 여유롭게 가고 싶다가도,
얼마 남지 않는 시간 동안 어떤 결과물을 내야 내가 성장했는지
증명해 보일지에 대한 욕심의 두근거림이
왔다 갔다 한다.
오늘도 달은 차오른다.
오늘, 나는 무슨 색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