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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사 Nov 11. 2024

네가 고른 배우자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 한다.

그러니 정신 차리고  잘 골라야 한다.

*제목은 망할 배우자를 만난 분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결혼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미혼자 분에게 국한됩니다. 잘못된 배우자는 빠르게 탈출하셔야 무병장수합니다.




 "언니는 왜 결혼을 결심했어요?"

 우리 부부는 꽤 사이좋게 지내서 이러한 질문을 들을 때가 많은데,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 사람의 장점을 보고 결심하지 말고, 못난 부분을 서로 참아 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해."

  나는 내 남편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할 결심을 했다. 이게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기대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은 내가 바라는 바가 있지만 이 사람에게서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다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는 내 남편의 단점을 참을 수 있었기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다.

 이 판단의 근거는 1년간의 동거 생활을 통해 이 사람이 나의 생활 습관을 참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나 또한 그럴 수 있다는 경험적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남편과 나를 인간적으로 비교하자면 내가 영 시원찮은 인간이기에 사실 그가 나를 참아 줄 수 있었던 점이 가장 결혼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슬프게도 장점은 사라 질 수 있다. 사람은 원래 좋은 사람이 되는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그 노력이 사라지는 순간이 오면 좋은 사람이 아닐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한계를 가지고 있고 언젠가는 노력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점이라는 것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불쑥불쑥 티가 나는 법. 당신이 연애를 한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연기 중이라 할지라도,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단점을 흘리고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이 단점이야 말로 당신과 평생 살을 맞대고 살 부분이므로.

이런 이유로, 결혼은


‘내’가 상대의 단점을 참을 수 있느냐,
‘상대’가 내 단점을 참을 수 있느냐.

이 두 가지를 깊게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구분선이 안 찍혀요...-----



 어제 드라마를 보다 대충 이런 대사를 들었다.

 "결혼을 하면 이 외로움이 괜찮아 질까?"

 이 말을 한 캐릭터는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고 살았다. 군중 속에서는 더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 결과 결혼식에 초대할 사람이 없다는 자조적인 농담을 던질 정도로.


 남자는 그런 그녀를 견딜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는 나름의 각오를 다지고 프러포즈를 했겠지.

하지만 그녀가 결혼을 앞두고 하는 생각에는 상대에 대한 생각이 없다. 그저 자기가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기대하고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외로운 사람들은, 시작은 외부에 원인이 있었을지 몰라도 나중엔 스스로 외로움의 늪을 만들어 그 안에 잠겨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애초에 노력으로 멀쩡해질 사람이면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는다.

 상대에 대해 포기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던 사람이 기대를 가지는 건  긍정적 신호일 수도 있으나, 결국은 자신을 더 외롭게 만들 뿐이다.


 타인이 늘 내 기대에 맞게 행동해 줄리가 없지 않은가. 결혼 생활 중에 외로운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끼거나, 기대를 벗어난 상대를 원망하거나, 또 포기할지도 모른다. 허구의 캐릭터이지만 그녀가 외로움의 늪에서 벗어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길 바란다.

 이렇게 말하는 나 또한 멀쩡한 사람 아니다. 양극성 장애를 가지고 있고, adhd를 안고 있다. 정도는 심하지는 않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충분이 이상한 사람이고, 병적인 사람이다. 비위 맞추기가 힘든 사람이고 텐션이 오락가락한다. 그리고 나 또한 태생이 외로운 사람이다. 내 생활 습관 중 몇 가지는 흔한 부부 싸움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주로 아내분이 남편분에게 하는 잔소리…….)

 이런 나와 사는 남편은 매사 그러려니 하는 사람이다. 그도 애초에 나에게 기대를 하지 않은 게 분명하다. 그가 나를 고치려 든 적이 없는 걸 보면.  가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생에 나한테 큰돈을 떼먹고 튀어서 현생에 몸으로 갚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그럼 우리 남편은 완벽한 사람인가? 아니다. 그럴 리가 있나. 그에게도 단점이 있다. 남편이나 나나, 서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잘못 만났다면 충분히 이혼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사람마다 참을 수 있는 내용이 다르다. 그렇기에 이것에 관해서는 남한테 물어볼 필요가 전혀 없다. 100명이 못 참는 문제라도 내가 참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100명이 다 참을 수 있어도 내가 못 참으면 못 참는 문제이다. 결혼의 판단에 앞서 이 점이 자신과 상대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결혼한 우리는 (나름) 긴 세월 서로를 참아주고 있다. 그렇게 세월을 쌓아 아파트 청소 해 주시는 분에게‘이 집이 제일 사이좋다. 보기 좋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산다. 아이에게 창피하게 밖에서는 꽁냥대지 말라는 핀잔을 듣는다.

 부디 당신의 결혼 생활도 기꺼이 견딜 수 있을 만한 것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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