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단 골목을 몇 바퀴 돌았다.
손에는 집게와 쓰레기 봉투, 그리고 바람처럼 가볍지 않은 마음 하나.
함께했던 다른 지인분들과 플로깅을 하던 날,
길다란 집게로 담배꽁초를 주웠다.
언제부턴가 꽁초가 부쩍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서는 멋진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담배를 피우고,
옥상에 모여 ‘담타’를 나누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게 반복된다.
모자이크 대신 연기가 화면을 채우고,
웹툰이며 영화며 거리 풍경처럼 흘러간다.
그 많은 담배를 피우는 이들은 과연, 그 꽁초들을 어디에 버릴까.
설마 주머니에 넣어 집까지 가져가진 않을 텐데.
서리단의 거리는 카페와 식당들이 모여있다.
소담한 간판 아래, 사람들이 버리고 무심히 밟히는 건 꽁초다.
주로 빗물받이에 박혀 있다.
비가 오면 그것들은 쓸려나가야 하는데, 늘 막혀 있고, 결국은 넘친다.
그러다보면 어디선가 물이 터지고, 골목은 다시 지저분해진다.
그날도 골목을 돌다 말고, 책방으로 돌아오는데
어떤 손님이 조심스레 물었다.
“제로웨이스트 책방인데, 일회용품을 쓰시네요?”
조금 당황스러웠다.
얼마 전, 카페를 폐업하신 분이 일회용품을 한 박스 주고 가셨다.
새것을 버리기 아까웠다고 했다.
그걸 가끔 꺼내 썼다.
어린아이가 왔을 때나, 테이크아웃을 원할 때.
솔직히 편리했다.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재활용으로 버리자니 아깝고, 계속 쓰자니 걸렸다.
지금 이 글을 쓰며 마시는 컵도 그중 하나다.
보름 넘게 씻어가며 다시 쓰는 컵.
그래도 손님들 앞에서는 슬며시 밀어둔다.
그런 와중에도 누군가 냅킨이나 플라스틱 빨대를 찾으면
소창 행주를 내어드리고, 유리 빨대를 꺼낸다.
이런 나를 보면 가끔 낭패감이 든다.
내가 사지 않은 일회용품이
어느 순간부터 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어쩌다보면 그걸 내가 쓰고 있고,
그걸 다시 씻어가며, 버릴 땐 깨끗하게 모아 놓는다.
그렇게 나는 내 방식대로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
큰 목소리는 없다.
우유팩을 씻어 말리고, 컵을 여러 번 쓰는 일이 전부다.
가끔은 안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걸 느낀다.
오히려 더 자주 좌절하고, 더 많이 부끄러워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이렇게 말하고, 쓰고,
이 골목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