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고시-1

by 후알유

바리바리 책과 짐을 싸고 강변 쪽에 있는 한 호텔을 향했다.

'진짜로 올 것이 왔다.'

학교에서 동기들과 함께 정해진 아침시간에 모여 공부를 하다가 입소를 했지만 그때만 해도

느낌이 안 나다가 단체 입소를 하는 날에 실감이 났다.

주변에서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해줬다.

국시 합격률은 매년 높긴 하지만 "학교에 꼭 한 명씩 떨어지는 사람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1년을 꼬박 다시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재작년에 우리 학교에서 누가 떨어졌었더랬다."

국가고시를 보는 전국 10개 대학의 수의학과 학생들은 시험 2주 전부터 함께 합숙에 들어간다.


어떤 교수님이 시험 출제에 들어가는지는 원칙 상으로 극비이지만

일단, 교수님께서 몇 달째 연구실에 안 계시면 대학원생들이 모를 리 없고,

자대를 많이 가는 대학원생들이 후배들에게 귀띔해준다.

예를 들어, A대학의 해부학 교수님이 국시를 앞두고 안 계시면 이번 국시의 해부학 시험은

그 교수님이 출제하실 거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다.

해당 교수님의 학교 수업을 들었던 A학교 학생들이 수업시간의 필사, 학교 시험문제,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던

핵심 부분 등을 전국의 수의학 학생들에게 공유한다.


국가고시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3학년 학생들이 이를 정리해서 제본을 만들어준다.

3학년 후배들이 함께 호텔에 지내면서 외부에서 사 와야 하는 것들, 심부름 등을 해준다.

그렇게 받은 책들을 2주 동안 호텔에 갇혀 빠르게 보게 된다.


1인당 1방을 배정받아 책상에서 공부하고 자고, 지하로 내려가서 밥을 먹는 것을 반복한다.

내가 배정받은 방은 주차장 뷰였다.

학교마다 국시장이 있어 국시를 위한 여러 일을 해준다.

그 대신 국시장은 좋은 방을 배정받는데, 한 번 가봤더니 한강 뷰였다.

출, 퇴근하는 차가 반짝반짝 빛이 났고 넓은 한강의 모습을 한눈에 보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에서 책을 보는 것이라서 뷰를 볼 겨를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공부 뷰가 한강 뷰인 것은 부러웠다.


운동복 입고 세상 꽤 제제하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로비에 돌아다닐 수 없게 했고,

아마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 함께 국시 공부를 할 때마다 진짜 공부 안 하던 사람이 있었다.

저 사람은 진짜 국시에 관심이 없나 싶었다.

그랬던 사람도 입소를 하고 나니 밥 먹으려 내려올 시간도 없다고

3학년 후배들에게 프랜차이즈 밥버거 집에서 밥버거를 10개를 사서 냉장고에 두고

계속 그것만 먹는다고 했다. 다들 처절하고 절실한 시점이다.


자취를 했던 1년 빼고는 줄 곧 룸메이트를 같이 했던 내 친구가 옆 방에서 공부를 했다.

그 층에는 전부 학생들이 써서 복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갑자기 나는 좀비 영상을 찍고 싶어 졌다.

대뜸 친구를 불러내서 "좀비 놀이할래? " 그랬다.

앞 뒤도 안 물어보고 "그래!" 대답했다.

그렇다. 우리는 똑같은 놈들이었다.

친구가 저 멀리 복도에서 좀비처럼 걸어오는 것을 같이 찍고 보면서 킥킥킥 웃었다.

진짜 그때는 아무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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