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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보다 더 중요한 창업 전 단계

by 박노진의 식당공부 Jul 09. 2024

❮창업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 전 단계에서 준비해야 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경기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자영업의 세계로 내몰린 수많은 직장인들이 선택하는 대부분의 길은 외식창업인 점 역시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외식창업에 관한 언론의 기사를 봐도 열에 여덟은 실패한다고 하는데도 자고 나면 기억을 잊어먹는 몽유병환자처럼 여전히 음식점을 하려는 이들로 차가운 거리가 메워지고 있습니다.     


2.

문제는 전쟁에 나서는 전사가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갑옷도 걸치지 않고 칼 한 자루만 가지고 싸움터로 달려 나가는 것 마냥 무턱대고 창업시장에 뛰어든다는 점입니다. 시장조사는 물론이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조차도 모르면서 생면부지 무한경쟁의 현장으로 내몰리듯이 뛰어들다 꿈을 펼쳐볼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채 장렬하게 전사하고 맙니다. 대박을 꿈꾸다 쪽박을 찬다는 말이지요.     


3.

저는 열에 여덟이 망한다는 외식시장에서 20년째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치열한 경쟁의 늪에서 살아오면서 수많은 외식창업자들과 현장의 외식인들을 많이 만나봤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다수는 1~2년 뒤 다시 만날 수 없었습니다. 성공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6개월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없어 망한 사례도 있었고, 누가 봐도 안 될 자리에서 안간힘을 써다 십 수 년 모은 전 재산을 까먹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이템은 좋은데 맛이 2% 부족해서 또는 맛은 그럭저럭 먹을 만한데 서비스가 제대로 받춰 주지 못해 문을 닫기도 했구요. 또 어떤 이는 인테리어에 몰빵하다 망한 경우도 보았습니다.     


4.

센 놈이 강한 자가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시장이 그렇듯이 출발선에서 먼저 달리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오랫동안 달리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네요. 그렇습니다. 문제는 단거리경주처럼 순간적인 폭팔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라톤처럼 얼마나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이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인이라는 점입니다.     


5.

100m 달리기는 준비 없이 뛸 수 있습니다. 순간적인 근육의 힘과 의지만으로 가능하지요. 아무리 힘들고 숨이 차도 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마라톤은 다릅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달리면 죽을 수 있는 운동이 바로 마라톤이거든요. 그래서 마라톤은 누구나 도전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완주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라고 합니다.     


6.

완주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준비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6개월 이상 매일 2시간 이상 그것도 일주일에 3~4회씩 뛰어야 합니다. 페이스를 조절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간다는 35km 지점까지 함께 뛰어 줄 동료도 필요하구요. 발바닥 물집이 터지지 않도록 준비해야 하고, 중간 중간 수분도 취해야 하며 배고플 때를 대비해 먹을거리도 챙겨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락하고 낙오하는 마라토너들이 부지기수입니다.     

 

7.

하물며 내 인생의 전부를 걸고 한다는 외식업은 어떤가요? 제가 만나본 예비창업자들은 대부분 6개월 이내에 창업결정과 오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스타일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자신감이 넘쳤고 경쟁에서의 승리를 확신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음식서비스업이라는 환대산업에 잘 맞는지 그리고 힘들고 지쳤을 때 함께 할 사람이 곁에 있는지조차도 알아보지 않은 채 부나방처럼 전광석화의 속도로 창업시장 속으로 뛰어들었고 대부분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8.

많이 배우지 않더라도 시작할 수 있고, 자금이 풍족하지 않더라도 뛰어들 수있는 곳이 바로 외식업입니다. 열정, 패기만으로도 뛰어들 수 있습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곳이 외식업이지요.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맨손으로 시작해서 수억, 수십억 대박식당 사장님이 되었을까요?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보면 창업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한 두 번이 아니고 망하기 일보직전에서 기적같이 대박을 친 사연에서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분들이 지금의 성공한 외식인의 반열에 이르기까지 남모르게 흘린 땀과 눈물을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창업 후 겪게 될 고생은 아직 출발하지도 않은 당신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9.

창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창업 전 단계입니다. 이 애기를 하려고 앞의 긴 사설을 늘어놓았어요. 마라톤을 완주하려고 해도 최소한 6개월은 준비하는 것처럼 음식점을 하나 하려고 해도 적어도 1년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지금 당장 실직을 했다고 해서 내일 바로 식당을 차릴 수는 없습니다. 밥도 먼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먹듯이 음식점 하나 오픈하는 것도 차근차근 준비를 해서 시작해야 그나마 평생 모은 재산 까먹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식업에 관심이 많은 예비창업자들을 만나면 제가 반드시 강조하는 창업 전 3단계가 있습니다. 

    

10.

먼저, 외식업에 뛰어들겠다고 생각했으면 적어도 10권 이상의 관련 책을 읽고 정리해보라고 말씀드립니다. 식당 차리는데 왠 공부?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상당수 대표님들은 공감하리라 믿습니다. 일단 외식업에 대한 감을 잡는데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습니다. 중요한 점은 반드시 정독하라는 것입니다. 외식경영서와 본인의 느낌이 오는 창업서적을 10여권 정해서 밑줄을 그어가면서 꼼꼼하게 읽어야 합니다. 당장은 같은 책을 두세 번 읽지는 않을 것이지만 지금 정독을 해놔야 나중에 어렵고 힘들 때 다시 꺼내 읽을 수 있습니다. 아직 창업을 준비하지는 않지만 가까운 장래에 외식업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도해보세요. 그리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므로 경제적인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각 책마다 저자의 인생경험과 피땀 흘려 배운 노하우, 시행착오, 성공의 비결들이 들어있답니다. 저자의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일단 읽었다는 자체가 아주 중요합니다. 창업 전단계의 첫 발을 제대로 내딛은 셈이죠.  

   

11.

두 번째 창업 전 단계로 준비해야 할 부분은 현장경험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오래 전 어떤 젊은 친구가 창업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마음이 곧고 의지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몸이 음식점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몇 달 음식점에 취업해 일을 해보고 자기 몸이 음식점 일을 받아들일 것 같으면 다시 오라고 하면서 돌려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그 젊은이는 3개월을 고깃집 서빙과 장치(숯불을 피우고 날러 주는 일)쪽 일을 했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5개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2.

식당 일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야 되는 업입니다. 손님이 부르면 왜 부르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네’하고 가야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으로 일어나 시장으로 재료를 구입하러 가야 됩니다. 정신없이 바쁠 때는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그것이 식당이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습관인 것이죠. 행동이 먼저고 그 다음 생각이 따라와야 한다는 겁니다. 과연 내 몸뚱아리가 음식점을 하는데 맞는지 아닌지 파악하는 길은 현장에서 일을 해봐야 압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13.

마지막으로, 사업계획서를 직접 작성해 보세요. 정해진 양식이나 거창한 내용이 아니어도 됩니다. 길면 1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만들어보면 열에 여덟이 실패한다는 외식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과연 이 업이 나와 잘 맞는지, 어떤 아이템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래서 어디에서 얼마의 자금으로 누구와 함께 시작해야 하는지를 그려보게 됩니다. 그림이 그려지고 머릿속에 또아리를 틀게 될 때쯤이면 아주 작은 자신감과 함께 시작할 수 있을 것에요.     


14.

글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은 내 머리속의 생각을 현실속의 문제로 끌고 나올 수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머릿속의 생각은 뒤죽박죽 섞여 있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내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글로 정리되면 나의 의지와 뜻대로 움직여집니다. 그래서 생각이 행동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글로 표현된 생각이 추동력을 갖는 것입니다. 벤치마킹 몇 곳 다녔다고 식당운영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은 지금이라도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시간과 돈을 아끼는 길이 아닐까요?     


#박노진의_식당공부

#매출은_과학이다

#자립형식당_경영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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