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_상미 사람들(4)
※<상미 사람들>은 픽션입니다. 현실에 비슷한 일이 있다면 이는 우연입니다.
“너도 상미에 사는구나! 우리 집에 올래?”
전학 온 지 며칠이 되지 않았을 때, 영진이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등하교 때마다 지나가던 그 거대한 집의 대문 앞에 서자 마법의 성에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말연속극에서 보던 양쪽으로 열리는 거대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잔디밭이 보였고, 내 보폭으로는 몇 걸음 만에 갈 수 없는 거리에 집이 있었다.
드넓은 잔디밭 마당에는 아주 새하얀 진돗개 두 마리가 우렁차게 짖고 있었다. 개집 옆으로 차고가 있는데, 처음 보는 자동차가 있었다. BMW라고 적힌 마크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 당시 부자들은 현대에서 나온 최신 스포츠카 ‘티뷰론’이나 중형세단 ‘그랜저XG’를 타는 줄 알았었다.
마당 한 가운데는 골프공이 굴러다녔다. “아빠 아침에 골프 치다가 출근 하셨나. 골프채 좀 정리해두고 가지, 지저분하게 말이야” 영진이는 고개를 저으며 골프공을 발로 툭 치고 마당을 가로 질러 대문에서 스무걸음 이상 떨어진 집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영진이 어머니께서 문을 열어주셨다. “오우, 깜짝이야”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영진이 어머니가 TV에 나오는 탤런트 우제희라고 들어서 기대했던 것도 잠시였다. 보자마자 놀랐다. 아주 두터운 화장을 한 얼굴이었다. 무슨 가부키도 아니고, 새 하얀 피부에 아빠 술안주로 가끔 봤던 소의 간덩어리처럼 빨간 입술이었다.
금방이라도 피가 흘러내릴 것 같은 간덩어리가 옆으로 찢어지며 하얀 치아가 보였다. 아무래도 웃는 것 같다. “너가 봉준이구나” 말투는 상냥하고 부드러웠지만, 그 압도적인 인상에 나도 모르게 식은 땀을 흘렸다.
“많이 덥구나. 얼른 들어오렴”
방으로 안내하는 어머니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훑어봤다. 뒷목과 발목 아킬레스건 부근이 거뭇거뭇했다. 아무래도 얼굴 화장이 진해서 더 그렇게 보인 것 같다. 과일을 주셨는데 손목 안 쪽 피부도 비슷하게 어두웠다.
“너네 어머니는 집에서도 화장을 하고 계셔?”
“어제 또 맞았나보지”
영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려는 찰나였다. 영진이는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풀어놨다. 미간을 찌푸리며 “엄마는 항상 아빠가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 그냥 집에서 밥이랑 청소만 하면 되는데, 자꾸만 밖에 나가려고 해”라고 성을 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본인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렸다고 말하면서 원인은 어머니에게 있다니. 문득 어머니의 뒷목과 아킬레스건이 떠올랐다. 내 표정을 본 영진이는 씨익 웃으면서 컴퓨터를 켰다.
“다 멍이야, 멍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