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_상미 사람들(5)
※<상미 사람들>은 픽션입니다. 현실에 비슷한 일이 있다면 이는 우연입니다.
영진이의 컴퓨터에는 윈도우98이 깔려 있었고, 스타크래프트 배틀넷 접속이 가능했다. 내가 집에서 인터넷을 몰래 사용하면 나는 그날로 쫓겨날 텐데, 영진이네는 아니었다. 요금도 비싸지만 전화선을 이용하는 모뎀으로 접속하면 그 집 전화는 모두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영진이네 집은 문제가 없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휴대전화를 갖고 계셨다. 도대체 이 집 사람들이 상미에 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넓은 전원주택, 처음 보는 자동차, 휴대전화, 온통 원목으로 만들어진 가구들, 반짝이는 악세사리들로 온 몸을 치장한 어머니, 평일 오전에 집에서 골프를 치는 아버지까지. 도무지 상미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영진이는 처음 보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처음 본 화면이었다. 보자마자 징그럽다고 느꼈다. “너 이게 뭔지 아냐” 잡지와 비디오테이프를 퍼뜨리다가 도망온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당연히 알았다. 헐벗고 있는 여자가 근육질 남자한테 안긴 채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친구들에게 나눠주던 정도의 수위가 아니었다.
남자와 여자는 모두 한 톨의 옷도 입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두 사람은 지저분하게 침을 서로에게 발라줬다. 여자의 눈동자는 검은 자보다 흰 자가 더 많이 보였다. 화질이 매우 떨어지는 영상이라 확실하진 않지만 지금 생각하면 마약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싶다. 영진이는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라며 계속 그 알몸으로 허리를 흔드는 여자를 보여줬다. 나조차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눈을 질끈 감았다.
“저건 좀 심하다. 못 보겠다. 게임이나 하자”
짜증스럽게 말했다. 영진이는 어린 아이를 보듯 나를 쳐다보다가는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사이트 화면을 닫았다.
그 장면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났다. 머릿속에서 떠나질 알았다. 생각할수록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머릿속에 잔상이 떠나지 않는 것에 괴로웠던 것과 함께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더 혼란스러웠던 것은 그 여성의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것처럼 익숙했기 때문이다.
도무지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다음날 학교 가는 길에도 잔상이 하늘에 떠다녔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제의 충격은 점점 익숙해졌고, 무뎌졌다. 그러면서 찬찬히 그 엉덩이를 흔들던 여자의 몸을 꼼꼼히 회상했다. 그 여자의 뒷목과 발목이 떠올랐다. 멍한 상태로 학교에 도착해 교실 뒷문을 열었다. 그 순간 뒤돌아보는 영진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알았다.
그 여자가 영진이 어머니, 우제희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