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아파트 지하로 향했다.

단편소설_상미 사람들(7)

by 글쓰는 백구

<상미 사람들>은 픽션입니다. 현실에 비슷한 일이 있다면 이는 우연입니다.




“어디 사람이야”


아빠가 이야기해준 것을 다시 떠올렸다. 나는 용인에 사는 신갈사람이자 상미에 사는 사람이다. 상미 안에서는 나의 위치인 2계단을 기억하고 건물을 얘기해야 했다.


“바로 아래에 있는 로얄빌라 사람이요”

“여긴 아무나 못 들어가”

“놀러 왔는데요”


경사가 아무리 가파르다지만 걸어서 1분 거리에 사는 주민인데 ‘아무나’라고 한다. 그때 예슬이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기둥 앞까지 왔다. 예슬이는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친구였다. “내 친구예요. 우리집에 놀러 온건데…” 숨도 고르지 못하고 헉헉거리면서도 웃는 얼굴로 나를 가리켰다.


경비 아저씨는 표정 한 번 변하지 않고 양쪽 기둥에 매달려 있던 쇠사슬 중 한 쪽을 풀었다.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는 아저씨의 눈빛이 뒤통수까지 느껴졌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예슬이 말로는 방방 때문에 어린 아이 출입도 막는다고 한다.


둥지 아파트에는 특별한 놀이기구가 있었다. 지금은 트램펄린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방방이라고 불렀다. 아파트 입구 부근에 두 개의 방방이 있었다. 5명 이상이 한꺼번에 뛰어 놀 수 있는 커다란 방방이 두 개나 있었다. 하나는 초등학생, 또 다른 하나는 중학생용이었다.


방방 입구에는 배를 불룩 내밀고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살짝 걸터앉은 방방아줌마가 있었다. ‘160cm이상 입장불가’라고 붙은 팻말이 아줌마 머리 위에 보였다. 방방아줌마는 눈을 크게 치켜 뜨면서 본인의 키가 160cm라면서 본인보다 크면 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방 근처로 오는 아이들의 키를 일일이 손으로 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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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cm정도 키였던 나는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 몸무게도 아닌 키로 출입을 제한하는 것이 우스웠다. 예슬이가 키는 140cm대였지만, 몸무게는 나보다 많이 나갔다. 혹시라도 예슬이와 같이 뛰면 바닥에 구멍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뛰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신나게 뛰던 중 예슬이가 사라졌다.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 나 역시 바닥에 발이 닿지 않음을 느끼면서 방방 밑으로 떨어졌다. 방방에 구멍이 난 것이다. 누군가와 부딪혔다는 것을 느꼈지만 어지러워 바로 알아채진 못했다.


몇 초 정도 지났을까. 옆으로 웅크린 채 머리를 부여잡고 옆을 살펴봤다. 예슬이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놀란 방방 아줌마는 “예슬아!”하고 소리를 치면서 방방 밑으로 기어들어왔다.


당장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그런데 아줌마는 예슬이를 업고 아파트의 지하로 향했다. 나는 피를 흘리고 있는 예슬이를 보며 슬픈 감정이 들었지만, 그것보다 알 수 없는 공간으로 향하는 아줌마에 대한 경각심이 더 컸다. 지하로 내려가 가는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주 약간의 윤곽만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웠다. 두 층 정도 내려왔을까. 문이 보였고, 문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왔다.


째깍째째깍 째째깍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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