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_상미 사람들(3)
※<상미 사람들>은 픽션입니다. 현실에 비슷한 일이 있다면 이는 우연입니다.
“너 용인사람이야?”
같은 반 친구들이 물었다. 이 질문에 답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여기 용인 사람 아닌 사람도 있어?’라는 멍청한 반문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지역 분위기를 아빠한테 미리 듣고 온 터라 준비한 대로 “나는 신갈사람이야”라고 답했다. 신갈에 사는 친구들이 반가운 표정을 띄웠다.
질문은 한 걸음 더 들어왔다. “신갈 어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준비되지 않았었다. “상미에 살아”라고 답하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친구들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행정구역상 표기되지 않는 ‘상미’라는 지명을 모두가 사용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모두 그렇게 불렀다. 그곳에는 그 동네이름을 넣은 상미목욕탕, 상미문방구, 상미세탁소, 상미부동산 등의 간판을 달고 있는 상점이 많았다.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상미 사람’라고 지칭하기 시작했다. 그중 세 명이 달려들었다. 영진이, 예슬이, 만덕이라고 본인들을 소개하며 모두 상미 사람이라고 했다.
상미는 수원 톨게이트 바로 앞에 있는 산을 둘러 싸고 있다. 높은 산은 아니다. 내 키가 150센티미터 정도인데, 산 입구에서 꼭대기까지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린다. 입구 부근은 원만하지만, 윗동네는 아니다. 요즘 같은 한 여름이면 10분 만에 온 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릴 만큼 가파르다.
산 꼭대기에는 위치에 걸맞는 ‘둥지아파트’라는 이름의 빌라가 있다. 이름은 아파트인데, 아무리 봐도 고작 5층 높이 정도에 단지가 세 개인 걸로 봐서는 빌라다. 수원에 위치한 공군의 활주로 방향이라 높이 짓지 못했다고 한다. 매일 같이 아침이나 잠들 때마다 비행기 소리가 들려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 핑계거리가 있다고 빌라가 아파트가 되나? 좋은 점은 있다. 둥지아파트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기흥읍 전체가 다 보인다.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는 강남병원, 강남대학교 건물을 넘어 날씨 좋은 날이면 처인구로 가는 문턱인 용인 정신병원 언덕까지 보인다.
이 동네의 독특한 점은 둥지아파트에서부터 밑으로 내려갈수록 돈이 많은 사람들이 산다는 점이었다. 둥지아파트를 정점으로 산 위쪽에는 작은 빌라들이 촘촘하게 밀집해있다. 환경미화원의 쓰레기 수거차량이 올라올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도로에는 쓰레기봉투가 널브러져 있고, 그 봉투는 동네 똥개들이 다 뜯어 놓아서 온 동네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산 입구 부근에는 전원주택들이 즐비했다. 같은 반 친구인 영진이는 상미에 있는 한 전원주택에 살았다.
“너도 상미에 사는구나! 우리 집에 올래?”
전학 온 지 며칠이 되지 않았을 때, 영진이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등하교 때마다 지나가던 그 거대한 집의 대문 앞에 서자 마법의 성에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