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 되었다. 경력 10년 차, 나이 서른다섯. 직책을 갖는 상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솔직히 상상보다 좀 늦은 나이기도 했다. 나름 일 잘한다는 소리도 들어봤고 커리어에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손 든다고 시켜주는 것은 아니지만, 못할 것도 없다고 자신하며 목표로 두고 일을 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쌍둥이가 태어나기 전 일이다. 워킹맘 3년 차, 나는 여력이 없었다.
“축하드려요, 쌍둥이네요!” 어딘지 몸이 평소 같지 않았고 경미한 두통과 몸살 기운이 있었다. 직감적으로 엄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과 설렘을 안고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들은 뜻밖의 이야기. 세상에, 내가 쌍둥이 엄마라니.
처음 엄마가 된다는 건 겪어 온 모든 처음을 통틀어 가장 어설프고 예측불가한 일이었다. 잘하고 있는 건지 도통 알 수 없고, 그치지 않는 울음 앞에선 무력감만 남기 일쑤였다. 더욱이 쌍둥이 육아는 초보자에게는 너무나 강도 높은 일이었다. 그맘때 가장 힘든 건 아이들이 자주 아픈 것이었는데, 보통 쌍둥이는 며칠 간격으로 꼭 같이 앓는다. 저체중아로 태어난 아이들은 면역력이 높은 편이 아니었고, 더욱이 어린이집을 다니다 보니 유행하는 모든 감염병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아픈 두 아이를 놔두고 출근하는 날은 속상함에 눈물이 나기도 했고, 당연히 일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에 일을 그만두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자신만만하던 지난날은 다 어디 갔는지, 육아와 일을 병행한다는 건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기분이 드는 일이었다.
계속될 것 같던 순간들은 시간과 함께 자연스레 흘러갔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줬고, 고군분투하던 시간은 점점 경험으로 쌓여갔다. 그렇게 무사히 엄마라는 처음에 잘 스며들어 갈 무렵, 팀장이라는 또 다른 처음이 찾아온 것이다. 당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팀장을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보다 또다시 변화를 겪어낼 자신이 없던 것 같다. 한참을 달린 것 같은데 아직도 출발선 언저리인 기분이랄까. 다시 출발할 체력과 열정이 남아있는지 스스로에게 정말 많이 물었던 것 같다.
고민 끝에 나는 팀장 제안을 받아들였고, 최선을 다해 이 처음을 소화해내고 있다. 그리고 내가 남기고자 하는 글들은 그 과정과 감정의 기록이 될 것이다.
육아를 하며 깨달은 것은 처음은 늘 어렵지만 그만큼 강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 엄마가 되면서 아이들은 나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비롯한 모든 것을 뒤엎었다. 그렇게 뒤엎어진 세상은 무척이나 근사하다. 처음이라 헤매던 시간만큼 나에게는 상상할 수 없던 인내심과 내구력이 자라났고, 그것은 리더로서 나아가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느끼고 겪은 바를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기록하려 한다. 애써 새겨진 그 흔적이 쉬이 사라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