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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연체동물




  가끔 당신이 못 견디게 그리워질 때가 있어.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 2차선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했던 기억이나,

바다 앞에 차를 세우고 차 지붕 위에 올라가 앉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들이,

아무도 발을 담그려고 하지 않았던 도심 공원의 시냇물에 발을 담갔던 일이나,

더운 여름밤에 창문을 활짝 열고 늘어지게 들었던 쳇 베이커와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들.

추운 겨울에 서늘한 입김을 내뿜으며 호호 불어마셨던 우유 거품 가득했던 카푸치노의 진한 계피향,

그때의 당신의 얼굴 표정이 못 견디게 그리울 때가 있어.


당신은 아는지, 내가 그때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도 몰랐던 나의 마음을 당신은 알고 있었는지.


당신의 주변을 그늘처럼 맴돌면서 따스한 햇살 자리 하나를 찾아내려 했던 나를 기억하고 있는지.


당신이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그런 날.

하늘이 키 높이만큼 내려앉아 등 속으로 서늘한 바람을 넣어주는 그런 날.


당신이 들어있는 그 서늘한 바람이 돌고 돌아 내 마음을 관통하는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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