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한 여름 장맛비처럼 내리던 아침.
우산에, 가방에, 패딩으로 부풀어진 몸을 뒤뚱이며 버스에 올랐다. 빈자리가 많아 타자마자 바로 앉으며 보니, 분명 우산을 썼는데 패딩 양 어깨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우산과 가방의 상태도 후줄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예약한 고속버스 시간은 빠듯하고 여러모로 마음이 급했던 날.
이제 곧 내려야 하는데 내가 앉은 곳 근처를 두리번거려 봐도 하차벨이 없었다.
미리 일어나서 벨을 누르자 하는 그 순간.
누군가 눌러준 벨.
"바닥이 미끄러우니 좀 더 앉아계세요.
제가 대신 눌러드릴게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벨소리였다.
하차벨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나를 위해 벨을 눌러준 걸까?
고맙고 따듯한 누군가의 손.
너무 고마워서 눈인사라도 하고 싶은데 버스 안의 사람 중 눈맞춤이 되는 사람이 없다.
고마운 그분이 듣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마도 기사님께 말한 것처럼 들렸을 것이다. 물론 빗길에 안전운전을 해주신 기사님께도 감사하다. 또한 고마운 그분에게도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기를 바라며 다른 때보다 크게 말했다.
뜻하지 않게 배려를 받은 기쁨에 겨울비로 눅눅했던 마음이 뽀송해지는 것 같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언젠가 고마운 손, 따듯한 손이 되어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