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을 사 왔다.
흙이 묻은 단단한 껍질을 벗기고
일정한 두께로 잘라본다.
크기가 다른 여러 개의 구멍이 보인다.
문득
내 마음을 단면으로 자르면
어떤 모양일까 궁금하다.
내 마음의 단면이
연근과 비슷한 모양이라면
뻥뻥 뚫린 구멍들 사이로
내 주변의 따듯한 목소리,
일상의 작고 소소한 기쁨들이
내가 느낄 새도 없이
빠져나가는 건 아닐까
조바심이 난다.
나의 모자람, 어리석음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빨리 메꾸고 싶어 진다.
아니야,
그 둥그런 구멍으로
뽀송한 햇빛도 들어오고,
소중한 이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내 한숨은 빠져나갈 거야
완벽하게 메꾸려 하지 않고
자신의 빈틈을 품고 늠름하게 자라는
연근이 대견하고 멋져 보인다.
그랬기에 맑고 여린 연꽃을
피워낼 수 있는 거구나
연근을 다듬으며
내 마음도 다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