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정 Mar 08. 2024

연근처럼


연근을 사 왔다.

흙이 묻은 단단한 껍질을 벗기고

일정한 두께로 잘라본다.

크기가 다른 여러 개의 구멍이 보인다.



문득

내 마음을 단면으로 자르면

어떤 모양일까 궁금하다.



내 마음의 단면이

연근과 비슷한 모양이라면

뻥뻥 뚫린 구멍들 사이로

내 주변의 따듯한 목소리,

일상의 작고 소소한 기쁨들이

내가 느낄 새도 없이

빠져나가는 건 아닐까

조바심이 난다.



나의 모자람, 어리석음들이

보이는 것 같아서

빨리 메꾸고 싶어 진다.



아니야,

그 둥그런 구멍으로

뽀송한 햇빛도 들어오고,

소중한 이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내 한숨은 빠져나갈 거야



완벽하게 메꾸려 하지 않고

자신의 빈틈을 품고 늠름하게 자라는

연근이 대견하고 멋져 보인다.



그랬기에 맑고 여린 연꽃을

피워낼 수 있는 거구나


연근을 다듬으며

내 마음도 다듬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