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밖에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이렇게 따듯하다고?'

얇은 옷차림의 사람들 속에서 겨울 옷을 잔뜩 껴입은 나만 혼자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 같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따듯하다고 느낄 정도면 확실히 봄이 왔나 보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꽃 피울 준비를 하는 나무들이 눈에 띈다.

추위를 견뎌내고 새싹을 피워내는 나무들이 대견하고 때론 가슴 아프다.

꽁꽁 언 추위 속에서  뿌리마저 얼지 않으려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눈보라를 견디며 봄을 기다려온 나무와 풀, 꽃 모든 생명이 경이롭다.

함께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추운 날

가게 앞에 길냥이들의 먹이를 챙겨준 손,

길냥이들의 비바람을 막아줄 집을 군데군데 놓아준 손,

나무에게 보드라운 천을 감아준 손...

한 겨울 냥이의 배를 따듯하게 채워준 누군가의 손길

보이지 앉는 곳에서 소리 없이 생명을 돌보는 이들이 있기에 이 봄이 더 의미 있고 따듯하게 느껴진다.

혹시 방해가 될까 더 다가가진 못한 냥's 하우스

모두들 제 몫 이상을 해내며 봄을 맞이하는데, 아무런 변화와 새로움 없이 봄을 맞이해도 되는 건지 풀꽃들을 볼 면목이 없어 고개를 돌린다.

 봄 앞에서 난 아직 짙은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