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점검하는 날.
낯선 이를 집에 들이기 어려워하는 나보다도 더 심하게 경계하고 힘들어하는 털뭉치를 막내가 방에 데리고 들어간다.
점검 준비완료.
오늘은 필터교체가 있는 날이라 그런지 코디분의 손놀림이 더 바빠 보인다.
작업하시는데 부담이 될까 봐 베란다로 가서 빨래를 돌리고 이것저것 들춰내서 정리해 본다.
"고객님~"
나를 부르는 소리에 가보니 정수기가 새것처럼 반짝이는 것만 같다.
무엇을 점검하고 교체했는지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신다. 감사함에 귤과 초코파이를 드렸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시며 나가신다.
매번 무거운 가방을 들고 오셔서 정수기를 깨끗하게 관리해 주시는 분께 참 감사하다.
짖는 털뭉치를 점검시간 동안 데리고 있어 준 막내에게도, 그 시간을 짖으면서 견뎌준 털뭉치에게도 감사하다.
또 아무 때나 눌러대도 불평 없이 맑은 물을 내어주는 정수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덕분에 오늘도 따듯한 차를 바로 마실 수 있고, 우리 집 털뭉치가 촵촵 소리를 내며 물을 마시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다.
감사는 감사를 데리고 오나 보다.
감사의 눈으로 집안을 둘러보니 불평불만 없이 제 몫 이상을 해내는 세탁기,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참 많은 도움을 받으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구나...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