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털뭉치와 산책을 했다. 집 주변을 걷다가 뛰기도 하고 눈이 녹지 않은 곳을 찾아 발자국 도장을 찍으며 추운 줄 모르고 신나게 산책을 하는 강아지를 뒤따라 다니다가 집으로 가는 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털뭉치를 안고 기다리고 있는데 공동현관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통화를 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가왔다.
혹시라도 강아지를 보고 불편해할까 봐 옆쪽으로 조금 비켜선 채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렸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추자 그분은 통화를 잠시 멈추고 나에게
"함께 타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처음 듣는 질문에 당황해서 나는
"네?... 네"
라고 답했고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바뀌며 올라가는 동안에도 그분은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고 나는 그분의 뒷모습을 보며 털뭉치를 안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질문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원할 때 그냥 타면 되는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도 되는지를 묻는 것. 나와 털뭉치에 대한 배려의 의미가 담긴 질문을 해준 것 같아서 고마웠다.
털뭉치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오면 혹시라도 불편해할까 봐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다음번 차례를 기다린 적이 꽤 있었는데 이렇게 물어봐준 것은 처음이라 새삼 고맙고 감사했다.
털뭉치와 함께 살게 되면서 이웃이나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고, 앞으로도 계속 전전긍긍할 예정이라 내 쪽에서 배려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니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혹시 그분이 반려인이어서 반려인의 마음을 잘 아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인사를 나누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함께 타도 될까요?"
이 말 한마디로, 다시 만나면 따듯한 차 한잔을 함께 하고 싶을 만큼 그분에게 호감이 생겼다. 이렇게 마음 따듯한 이웃과 가까이에서 살고 있었구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마음 따듯한 이웃 덕분에 집에 돌아와 털뭉치 발을 씻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어릴때 읽었던 안델센 동화집?(확실하진 않지만)에서 나온 이야기 중 주인공이 말을 하면 입에서 보석과 꽃과 온갖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던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오늘 들은 말처럼 배려가 담긴 말이 그런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