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만나는 무표정한 사람들을 보면 거울을 보는 것만 같다.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비슷한 음식을 먹으면서 새로울 것 없는 하루에 익숙해져 버린 표정.
언젠가 유튜브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를 본 아이'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아이는 마치 하늘에서 젤리나 아이스크림이 떨어지기라도 하듯 비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만져보고 느꼈다.
내리는 비를 저렇게 황홀하게 바라보던 때가 나에게도 분명 있었을 텐데, 언제부터 그 표정을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내가 되었을까...
바짝 마른 무말랭이 같은 마음일 때 나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주머니 속 사직서처럼 소중하게 늘 품고 다녔다. 내가 불행한 이유를 갑자기 누가 툭 친다 해도 막힘없이 100개는 말할 수 있었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참 많은 때문에 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던 것 같다.
과거형으로 적으며 거리를 두고 있지만 아직도 때문에 들이 불쑥불쑥 찾아와 당당하게 문을 쾅쾅쾅 두드린다.
빈 손으로는 갈 것 같지 않으니 뭐라도 쥐어주려고 얼떨결에 이것저것 내밀어보았다. 그렇게 그들에게 쥐어준 것 중에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게 '감사'였다. 다른 것처럼 부작용이 있지도 않았고 지속기간도 길었다.
( '감사'라는 녀석을 만난 계기도 기회가 되면 적어봐야겠다.)
언제 문을 두드릴지 알 수 없는 불청객들.
그렇기에 흙먼지 풀풀 날리는 일상이라는 광산에서 고대 유물이 되어버린 감사와 감탄사를 발굴해 보려 한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프로 광부가 되어있을 나를 기대해 보면서 몸과 마음이 어제보다 가벼워진 나를 꿈꾼다. 캄캄한 지하 갱도에서 만날 작은 반짝임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