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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선 Mar 18. 2024

무의식 속 마음 들여다보기

불안, 좌절,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파헤치다



마음을 이해하기



 하루빨리 이 무기력한 상태를 벗어나 예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여러 심리학 관련 책을 읽어나가던 중 프로이트의 ‘무의식(unconscious)’과 ‘방어기제' 개념에 대해 알게됐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의식에서 억압된 거북하고 고통스러운 것들이 ‘무의식’에 숨어 있어 우리를 움직이며, 무의식은 기회만 있으면 뚫고 나오려 하지만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있어서 쉽게 의식의 세계로 나오지는 않는다고 했다.



무의식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마음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극복하고 상처를 회복하려면 이 말썽꾸러기들과 친해지고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달랠 수 있어야 합니다.” - ‘프로이트의 의자’ 중에서..



 내 속에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무의식'이란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은 나에겐 아주 중요한 변화였다. 과거에는 내 마음을 모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기에 나를 들여다볼 생각은 물론 하지 못했다. 어쩌면 지금의 병은 나의.. 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무의식에 관심을 가지고 더 깊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무의식에는 불안, 좌절, 우울 등 여러 부정적인 감정이 있다고 한다. 불안, 좌절, 우울과 같은 단어들을 듣는 순간부터 왠지 모르게 거북하고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었지만 과연 어떤 감정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건지 알아내야만 했다. 긴 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각 감정들을 들여다보았다. 각 감정들을 명확히 정의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경험들을 떠올리며 내 마음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불안 (不安, Anxiety)

막연히 나타나는 불쾌한 정서적 상태, 안도감이나 확신이 상실된 심리 상태


 영국의 현대 철학자이자 소설가 알랭드보통은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받아들이고, 또 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이다" 라고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불안하다. 어릴 때는 자기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찾아오기도 하고 철이 들면 누군가를 잃을 것 같은 불안, 더 철이 든 후엔 자신이 벌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 나이가 많아지면 건강에 대한 불안 등 나이를 불문하고 새로운 불안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불안하다.” 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회사의 변화, 시장의 변화, 세상의 변화.. 그 모든 변화들이 새로 대비하고 적응해야 하는 불안으로 다가왔었다. 한동안은 이 불안함을 어떻게 달래야 할 지 몰라 안절부절하다가 나중에는 불안한 이유에 대해 글로 적어보고 그 일이 발생할 가능성, 그 일이 발생할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구분지어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불안감을 많이 줄였었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불안하다.’ 이 불안함이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님을 받아들이고 나니 역설적으로 편안해졌다. 그 방식들은 꽤 효과적이어서 ‘불안'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된 줄로만 알고 주변에 따라해볼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자주 불안했지만 불안과 꽤 친한 편이었다.





좌절 (挫折, Frustration)

1. 마음이나 기운이 꺾임.

2. 어떠한 계획이나 일 따위가 도중에 실패로 돌아감.



“자신의 좌절감이 크다면 걸림돌이 큰 것이 아니라 내가 원했던 마음이 너무 갈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내 무의식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 ‘프로이트의 의자’ 중에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언가를 기대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을 때 좌절을 경험한다. 좌절을 하면 캄캄한 동굴 속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


 퇴사 후 여러 사업에 도전하고 접기를 반복하면서 좌절감을 느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원하는대로 삶이 풀리지 않을 때 스스로를 위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운명'이라고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점집 사장님이 불황에 장사가 더 잘된다고 했다.) 나 또한 매 년 새해를 맞이하여 사주로 신년운세를 봤다. 종교도 없고 사후세계나 귀신 등을 믿지도 않지만 그저 명리학은 통계학이라는 말을 핑계삼아 운명에 의지하고 싶기도 했다. 운세에서 올해는 운이 좋지 않다고 하면 운명탓을 하기 좋았고, 올해 잘 풀릴거라고 했는데 풀리지 않으면 운을 잘 점치지 못한 점집탓을 하기 좋았다. 하지만 운세를 탓하고 나면 잠시나마 마음은 편해졌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오히려 맹자의 말을 되새기는 편이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하늘이 나에게 더 큰 일을 맡기려고 지금 이런 시련이 오나보다.”라고 되뇌이면서 다시금 마음을 잡았다.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히고

신체를 고단하게 하며,

배를 굶주리게 하고

생활을 곤궁에 빠뜨려

행하는 일마다 힘들고 어지럽게 하나니,

그것은 그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참고 견디어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하여,

이제까지 해내지 못하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려는 것이다.”

– 《맹자(孟子)》 제6편 고자장구 하( 告子章句 下) 15장






우울(憂鬱, depression)

 활동력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정신적 상태 (mental breakdown).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변화가 생겨 우울한 기분, 의욕·관심·정신활동의 저하, 초조, 식욕 저하, 수면의 증가 또는 감소, 불안감 등의 양상으로 나타남



 “힘든 일이 있을수록 일을 더 많이 하면서 마음의 고통을 행동으로 가리며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나 결국 마지막에 무너진다”


 책 ‘프로이트의 의자’를 읽다가 이 문장을 보고 순간 흠칫했다. 혹시 나도 우울감을 피하고자 일에 몰두했던걸까? 그래서 이렇게 무너진걸까? 많은 단서들이 머릿 속을 빠르게 스쳐갔지만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 같아 선뜻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우울 증상은 내 마음이 나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너무 앞서 나가지 말고 이제는 좀 속도를 줄이면서 천천히 나와 내 삶을 성찰해보라는 경고이자 기회입니다.”  - ‘프로이트의 의자’ 중에서..



 우울하다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하더라도 나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는 공감했다. 나와의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고독'을 통해 내 안의 나와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나의 삶이 어디에 와 있는지, 내가 사는 이유와 의미는 무엇인지, 삶의 기쁨은 무엇인지 등’ 인생의 속도를 늦추고 고독을 마주하며 우리는 성장한다고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첫 회사 자기소개서 문항에 ‘왜 사는가 / 왜 일하는가 / 왜 이 회사인가' 세가지 질문이 있었는데 그 어렵고도 난해한 질문에 어떻게 답변해야할지 몰라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때가 떠올랐다. 임기응변으로 제출하여 다행히 입사를 했지만 그 후에도 세 질문들은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으라는 듯이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질문을 떠올리곤 했는데 한차례 이직을 하고 퇴사를 하고 사업을 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고민하고 있지만 쉽사리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바라보다


 줄곧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처럼, 아무리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씩씩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은 이내 불안해하면서, 좌절하면서, 우울해하고 있었다는 껍데기 속 약했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부터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악에 받쳐 '나 좀 봐줘!'라고 힘껏 외치던 누군가를 바라봐 준 그 순간 그의 서운함이 사르르 녹아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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