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와 샤워명상에 대하여
뇌과학자들이 말하기를 마음의 중심이 되는 뇌도 신체의 다른 근육들처럼 훈련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미숙한 마음을 성숙하고 단단하게 키우기로 다짐했고, 이 과정을 ‘마음 기르기'로 명명했다.
마음을 기르기 위해서는 우선 부정적인 감정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건강한 대처 매커니즘을 개발하여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며, 유머나 승화 등 ‘성숙한 방어기제’를 통해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연습하는 동안 언제든 실수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친절’해야 했다.
[방어기제를 극복하는 방법]
1. 자신의 방어 기제를 인식한다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어떤 상황에서 특정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지 파악한다.
2. 건강한 대처 메커니즘을 개발한다
운동, 명상, 심리 상담 등 건강한 대처 메커니즘을 개발하여 불안이나 갈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연습한다.
3. 현실을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방어 기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5.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혼자서 방어기제를 극복하기 어려울 경우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너 자신을 알라" - 소크라테스 -
우선 어떤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그 느낌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여보기로 했다. 감정은 없애려고 하면 더 크게 다가오며, 일단 감정이 생기면 한동안 머물러있다가 소화될 때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숨을 여유있게 쉬고, 방어기제의 출동을 의식적으로 막은 후 한가한 시간에 지금 이 감정을 내가 왜 느꼈는지, 그 감정과 그 기분을 일으킨 상황을 한 차원 위에서 바라보고 생각해본다. 이러한 '메타인지' 기능을 활용하면 스스로 어떤 감정에 직면했을 때 그 감정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메타인지 metacognition / meta認知
1970년대에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가 창안한 용어로, 자기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하고, 발견하며, 통제하는 정신작용을 의미하는 ‘초인지’라고도 한다.
이론은 알겠는데 실제로 해보니 감정을 인식한다는게 결단한다고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것은 아니었다. 감정에 대해 생각하려고만 하면 생각이 연결되지 않고 멈춰버리기 일쑤였다. 내 마음을 내가 모른다는게 나로서도 당황스럽지만 안개가 자욱히 낀 것처럼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예전에 줄리아 캐머런 저서 '아티스트웨이'라는 책에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는 '모닝페이지'를 추천했던 것이 생각났다.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모닝페이지를 추천하고 싶다. 아침에 잠이 덜 깬 상태로 글을 쓰다보니 감정에 솔직한 글을 쓰는데 훨씬 도움이 됐다.
그 후로 감정에 대해 솔직해지고 싶을 때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써내려갔다. 그 글에는 어떠한 목적도 없었다. 그저 머릿 속에 떠다니는 많은 생각들 중 아무거나 붙잡아 글로 구체화했다. 스쳐지나갈지도 모르는 어떤 생각들이 글로 남아 실체가 생기는 순간 그 생각들이 더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글은 어떤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도덕적 잣대도 사회적 통념도 없이 자유로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감정에 대한 글들도 써내려가곤 했다.
그 안전한 공간에서 내 마음은 조금씩 경계를 풀어놓았다. 처음에는 조심스레 발끝만 살짝 담구었다가 그 다음은 무릎 아래까지 발을 담궈 물장구를 치더니 이내 그 속을 배회하며 조금씩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우리는 가까워졌다. 그러다가 아침이 밝아 이성이 깨어날 쯤이 되면 마음은 다시금 빠르게 숨어버리곤 했다. 그러고나면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머지 않아 글을 마무리하고 평범한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마음과 친해졌다.
“타이탄의 80% 이상이 매일 아침 어떤 식으로든 마음 챙김 수련을 한다. 이들이 명상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타이탄의 도구들』 중에서 -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명상이 뇌와 호르몬 등에 과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매년 1천여개의 논문으로 검증이 되면서 명상이 대중화되었다. 명상은 현재에 집중해서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마음에서 태어나서 곧 사라져버리는 생각, 느낌, 이미지 그리고 몸의 감각에 시시각각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이다. 호흡과 함께 관찰자 의식이 작동하면 뇌를 포함한 신경계 전체가 활성화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체온이 올라가면서 면역력 증진과 생명 활동 강화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보통 우리는 먼저 1차로 자극(감각, 생각 등)을 느끼고 2차로 그에 대한 반응을 하는것으로 이어지는데, 마음챙김 명상은 1차 자극을 그대로 느끼되 거기에 대하여 불필요한 2차 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하는 명상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쉬고싶다는 생각이 들 때 명상을 시도해본 적이 있는데 나랑은 영 맞지 않았다. '혼자해서 방법을 잘 모르나..' 싶어 명상프로그램을 수강해보기도 했는데 별반 다르지 않았다. 딱히 어떤 감각이나 생각을 느끼지도 않았고 자극이 없으니 반응은 당연히 없었다. 그 즈음 되니 그저 멀뚱히 앉아있는 시간이 아깝다는 사고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명상을 접었다.
마음기르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마음챙김 명상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새로운 시도였는데, 바로 '샤워 명상'이었다. '어차피 씻어야 하는거 샤워하는 시간에 명상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한 번 시작해보았는데 이 편이 나와는 훨씬 잘 맞았다. 많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데 내가 샤워명상을 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샤워기를 틀고 눈을 감는다. 샤워기에서는 물이 쏟아지고 그 물은 몸을 적신다. 바닥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에 집중하고 몸이 따뜻한 물을 맞는 촉감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리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다. 소리, 촉감, 그리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 그렇게 1-2분 정도 짧게 명상을 한 뒤에 씻기 시작한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으며 몸 안의 나쁜 기운들도 함께 씻어낸다고 생각한다. 씻다보면 곧 좋은 향기가 나면서 몸에 좋은 기운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입꼬리를 위로 쭉 올리며 억지로 웃어본다. 웃는 표정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두 팔을 허리춤에 올리고 가슴을 쭉 피며 당당하게 원더우먼 자세도 취해본다. (이 자세에 대해 과학적으로 효능이 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기분이 좋아지는걸 느낀다면 과학적 근거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솟는다. 그렇게 샤워를 마무리한다.
고통스러운 순간에 과도한 자기비난에 빠져드는 대신에 너그럽게 스스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태도를 위하는 것. 스스로에 대한 친절한 마음(self-kindness). 마음챙김(mindfulness)와 함께 고통과 실패를 인간경험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고 자신과 타인 모두 연민할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인 인간보편성(common humanity)를 포함한다
자기자비 실천 방법
- 자신의 성격 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이해하고 견디어 내려고 노력한다.
- 사람은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 고통스러울 때, 감정적으로 힘들 때 모질게 대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한다.
-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자신을 보살피고 부드럽게 대한다.
- 자신의 결점과 부족함에 관대함을 유지한다.
물론 때때로 불편한 감정이 나를 압도하고 그 기분을 내가 통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질책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방어 기제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고 샤워명상을 하며 꾸준히 마음 근육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