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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선 Apr 15. 2024

'나다운' 일상 만들기

놓치고 있었던 일상의 작은 행복들




 본질적인 욕구를 파악하고 나면 그 다음으로 가는 과정은 조금 쉬워진다.

 기준을 사회의 인식에 두지 말고 나 자신에게 둘 것, '나의 기준'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다.



 나는 어느 수준의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면 만족하는 사람인가?

 어떤 수준의 안전이 보장되면 이러한 과도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어떤 깊이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소속감을 느끼는가?

 내가 생각하는 존경이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떤 수준의 사회적 지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가?

 내가 가진 소질과 역량은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위의 욕구들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위의 질문들을 정의하다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생각보다 별게 아님을 깨달을 수도 있고,

혹시 어떤 것이 만족되지 못해 큰 '불행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 기준을 낮춤으로써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놓치고 있었던 일상의 작은 행복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확행'이 유행하던 시절에 나는 그 단어가 참 마음에 들었다.


 따뜻한 햇살, 산들산들한 바람, 적당히 잔잔하면서 감미로운 노래, 좋은 향기를 맡는 거, 씻고 나서 보송보송한 상태로 침대에 눕는거, 건강한 음식을 챙겨먹는거.. 일상을 살면서 자주 마주하는 것에서도 행복은 찾아오고 그것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했다. 


  무언가 거창해야지만 행복할 수 있다는 나의 사고방식은 어딘가 단단히 잘못되어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뒤로는 대중과 나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까 다수의 행동에 동요되는게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가장 먼저 의식주를 떠올렸다. 머무는 공간에서 온전히 휴식하는 거, 좋은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물건들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하루를 살아가면서 자주 마주하는 기본적인 것들부터 '나답게' 다시 구성해보기로 했다.





 “우리들은 익숙한 것, 즉 의식주에 대한 것을 너무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

그러나 우리들은 인생의 토대를 확고히 지탱하고 있는 의식주라는 생활을 향해 가장 진지하고 흔들림 없는 시선을 쏟아야만 한다. 더욱 깊이 사고하고, 반성하고, 개선을 거듭하여 지성과 예술적 감성을 생활의 기본에 드리워야 한다. 의식주만이 우리를 살리고 현실적으로 이 인생을 살아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 니체-



가장 편안해질 수 있는 사적인 공간, 집



나에게 '집'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집까지 가는 길과 그 내부가 충분히 안전한가?

주변과 내부에 인상을 찌푸리는 더러운 것이 없이 깨끗한가?

그 주변의 이웃들 중 공포의 대상이 될만한 이상한 사람은 없는가?


세가지가 만족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집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제서야 소프트웨어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숙면을 취하기 좋은 베딩


 결혼을 하고 처음 집을 채울 때 가장 신경쓴 부분은 '침대'였다. 그 때는 일이 매우 바빠서 집에 오면 잠만 자고 나갔기 때문에 사실상 집에 침대만 있더라도 딱히 불편할 것도 없었다. 잠을 굉장히 중시하는 나는 '잠은 편하게 자야해'라는 주장으로 정말 폭신한 침대, 정말 포근한 침구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도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울 때 가장 행복하다.


허리 상태에 맞는 매트리스를 고르고, 잠이 잘 올 것 같은 두께감과 소재를 가진 이불, 적당한 높이와 포근한 베게를 배치한다.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 조도 등도 조절하고 잠에 들기 전 반신욕이나 스트레칭 등으로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면 깊은 잠에 들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따뜻하고 안락한 인테리어


 신혼 첫 집은 전세였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최소한으로만 하고 살다가 작년에 마침내 내집마련을 하면서 원하는대로 인테리어를 했다. 인테리어 컨셉을 정하면서 우리에게 집의 목적이 무엇인가? 생각했고, 집은 온전히 쉴 수 있는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이어야만 한다는 정의를 내렸다. 집을 휴식의 공간으로 정의하고 나면 나머지를 구성하는 것들은 비교적 쉬워진다.


 우선 흰 도화지로 만들고자 벽, 천장, 문 등은 모두 화이트로 통일했다. 흰색은 좁은 공간을 비교적 넓어보이게 해준다.


 그 다음 따뜻한 온기를 넣어준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조명이라고 조명의 중요성을 수도 없이 들어왔고, 저녁에 따뜻한 색감의 간접조명을 켜놓았을 때의 무드를 너무 좋아했다. 집 안에 기본적인 조명들을 간접등으로 구성하고 주광색보단 따뜻하고 전구색보다는 밝은 주백색 조명을 사용했다. 그리고 테이블 조명이나 스탠드 조명과 같이 이동이 가능한 조명들은 전구색을 사용하여 더 잔잔한 무드를 내고 싶을 때면 해당 등만 켜놓고는 했다.


 그리고 부피가 큰 가전, 가구들을 채워넣는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쇼파, 우리 가족 구성원에 맞는 식탁, 옷이나 액세서리 등 짐에 맞춘 드레서 공간 등 편안하고 편리한 가구를 선택하여 공간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만든다. 식탁은 나무를 사용한 자연 소재일 것, 가족이나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도록 6인용 식탁일 것 등의 기준을 가지고 골랐고, 쉽게 세탁이 가능한 탈착 패브릭 쇼파를 구매하고 눈이 편안한 아이보리색 패브릭 천을 주문제작하여 커버를 변경했다.




행복과 위로를 주는 음식   


음식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다. 영양제보다 음식을 통해 직접 섭취하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믿기 때문에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식이섬유 등을 골고루 섭취하고자 노력한다.


그 다음으로는 즐거움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아주 예쁜 플레이팅을 볼 때, 맛있는 냄새를 맡을 때, 새로운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때 등 음식을 통해 다양한 행복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교류이다. 혼자 먹는 음식도 맛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으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소울푸드, 집밥


 자취를 해 본 적이 없던 나는 결혼을 하면서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때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나는 '집밥'을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특히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는 내 소울푸드다. 우습지만 결혼 후 집에 가서 엄마가 차려준 '집밥'을 먹었을 때 감동해서 울먹울먹하기도 했다.


 집밥을 좋아하는 나는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직접 요리를 해서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밥을 차리고 차린 것을 다시 치우고 설거지하는 일련의 과정은 굉장히 번거로워서 어느 때면 그냥 사먹는게 편하겠다 싶다가도 집밥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다시금 요리하는 나를 발견한다.



달달구리, 디저트


 여자들은 디저트배가 따로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나서도 달달한 간식 하나를 먹고나야지만 식사를 마친 기분이랄까? 밥을 먹고 나면 '티타임' 하자면서 자연스럽게 디저트도 추가한다. 아주 찐득한 초코브라우니라던가 초코가 가득 씹히는 초코푸라푸치노, 생크림 가득한 부드러운 빵 등은 언짢았던 기분도 사르르 녹인다.



함께 식사한다는 것  


 관계에 있어서 함께 식사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서 식사하며 대화한다거나 감사한 누군가에게 식사를 대접한다거나 잘 모르는 누군가와 친해질 때도 식사만큼 금방 친근감을 느끼는 매개체는 없다.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들       



미니멀리스트


 우리 부부는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는데, 핵심은 삶에 반드시 필요하거나 삶을 이롭게 하는 일부 물건들을 제외한 물건들에 집착을 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부부는 옷이나 신발을 사면 꼭 기존에 것을 버려 그 총량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청소시간도 줄고, 물건에 지배당하지 않으며,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일전에 홍진경이 TV에 나와서 이런 말을 했는데 참 공감이 갔다.



"제가 늘 베고 자는 베개의 면, 맨날 입을 대고 먹는 컵의 디자인, 매일매일 내가 지내는 집의 정리정돈. 여기서부터 사실 자존감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정돈이 되고 그런걸로 채워나가다보면 나중에는 그게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으로 쌓여요" - 홍진경 -



 미니멀리스트이기 때문에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정말 만족스러운 물건을 사려고 오히려 더 고심하는 편이다. 우리가 작년에 가장 잘 한 소비로 꼽는 건 안마의자이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마사지를 받다보면 스르르 잠이 들곤 한다. 최근에 산 물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샤워기인데, 헤드는 베이비핑크 컬러에 호스는 스프링으로 된 에메랄드 컬러로 샤워를 할 때마다 그 깜찍함에 미소짓게 된다.



심플하고 소재가 좋은 옷


 요즘은 옷을 살 때 소재와 디자인을 주로 고려한다. 소재는 관리가 쉽고 부드러운 걸 좋아하고 디자인은 아주 심플하거나, 그 사이에 깜찍한 포인트가 있으며 딱히 유행타지 않는 걸 좋아한다.

 계절이 지나 다시 꺼내입어도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은 옷들을 몇가지만 구비해놓고 옷이 망가질 때 구입한다면 더이상 옷장에 지배받지 않을 것이다.



좋은 향기


 보이지 않는 것들로 마음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청소 후 방향제를 뿌리거나 곳곳에 디퓨저를 두거나, 나갈 준비를 마치고 뿌리는 향수 등은 기분을 좋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좋은 스피커로 듣는 감미로운 음악


 청각이 굉장히 예민한 남편은 좋은 음향기기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막귀'인 나는 그런 것에 딱히 의미를 두지 않았었는데, 남편을 만나고 좋은 음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다. 좋은 음악은 좋은 음향기기로 들을 때 더 좋은 것 같다.



삶의 중심을 잡다



그렇게 하나씩 일상을 재정의하고 나면 삶은 꽤 심플해지고 '나답게' 나아갈 수 있는 중심이 생긴다.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지키는 것, 기준을 벗어나는 건 과감히 포기하는 것, 그러한 루틴 속에서 나는 조금 더 안정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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