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낙농목장 사장은 자신의 매출 가운데 1%를 남을 돕는 데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서 다시 물었다. “수익이 아니고 매출인가요?” 그렇단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값 상승으로 사룟값은 천정부지로 뛴 반면 축산물값은 떨어져 한우·양돈·양계할 것 없이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조사료 비중이 높고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는 낙농가의 고통은 더욱 크다.
축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시설투자비가 많이 든다. 그런 시설 투자는 거의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대출 이자 또한 무섭게 올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총매출이 삼천만 원이면 사룟값으로 이천만 원이 들어가는 게 낙농가의 현실이다.(다른 비용 제외하고 오직 사룟값으로만) 그런데 매출의 1%면 꽤 큰돈이다. 나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H낙농목장 사장은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너무 많은 것을 받고 살아서 이젠 베풀고 싶어 그런단다.
남에게 주고 난 뒤 생기는 기쁨도 따지고 보면 받은 것들 중의 하나이니 주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도 했다. 목장 사장이 매출의 1%를 건네는 곳은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기관이었다. ‘세이브 더칠드런’을 비롯해 ‘월드비전’ 등 몇몇 기관을 통해 기부하고 있었다.
언젠가 TV토크쇼에서 가수 이효리 씨가 채식주의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곡물 정도면 아프리카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기를 많이 먹는 부자 나라 사람들을 위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굶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보기 위해 채식주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논리상 아무리 채식주의자가 늘어도 고기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곡물이 아프리카로 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 대신 곡물로 소를 키우고 거기서 얻은 매출의 1%를 아프리카로 보내고 있다는 말은 이효리 씨의 이야기보다 훨씬 현실적인 감동을 주었다.
받는 것에만 익숙하고 베풀 줄 모르는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평소 나는 누군가를 돕기는커녕 제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해서 매출을 늘려 더 많은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목장 사장의 말을 듣고 나니 결국 나의 생각이 핑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무슨 일이든지 해본 사람이 더 잘하는 법이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나도 좋은 일 좀 하고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절대 어려운 사람을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비록 넉넉지 못한 형편일망정 적은 돈으로라도 기부 습관을 들여놔야 나중에 큰돈이 생겼을 때도 기부가 가능하다고 한다.
나도 굶주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큰 기부는 아니지만 염소 한 마리 정도는 보내야 할 것만 같다.
* 사족을 덧붙이자면 육견이 사양길로 들어서면서 염소가 그 자리를 대신하며 염소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염소 새끼 한 마리에 사십만 원씩 한다고 하는데 젖소 홀스타인 송아지 수컷은 오만 원 도 안 한다. 사료비가 너무 부담돼서 육우 비육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를 키우느니 아무래도 염소를 키우는 게 나은 게 아닌가 싶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