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가꾸기로 지구 지키기

열네 살, 농부 되어보기

by 은예진

 동생은 요즘 같은 입시철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S대를 졸업했다. 그러나 동생이 선택한 직업은 가족으로선 좀 실망스러웠다. 수도권 도농복합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지도사라니, 친구들은 젊은 나이에 모교에서 교수 발령을 받거나 젊은 과학자상을 받는데 동생의 행로가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거였다. 지도사 업무를 십 년이 넘도록 보며 쌓은 동생의 내공은 전국이 구제역 공포에 휩싸였을 때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생이 꾸준히 연구해 온 미생물에 구연산을 첨가한 소독제가 구제역 확산을 막는 데 큰 효과를 보였다.


 그런 동생이 요즘 책을 쓰고 있다. 가제로 <14세, 농부>라는 책이다. 혼자 쓰는 것은 아니고 <흙, 아는 만큼 베푼다>를 쓴 이완주 선생, <텃밭 백과>를 쓴 박원만 선생과 같이 작업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흙과 농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처음 하는 작업이라 무척 힘들어했다. 그래도 글줄이나 쓰고 있는 언니이다 보니 동생은 내게 교정을 부탁했다.


 동생은 제일 먼저 퇴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시작해 집에서 남은 음식물로 퇴비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파트에 살면서 손에 흙 한번 묻힐 일 없는 아이들에게 퇴비를 만들라니 좀 뜬금없는 이야기가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동생은 계속해서 부추긴다. 퇴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미생물과 음식물 쓰레기가 소통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흙과 소통하고, 그 흙은 다시 작물과 소통해서 멋진 열매를 맺는다고 이야기한다. 동생은 더 나아가 나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지점으로 아이들의 사고를 확장시켜 준다.


 스스로 퇴비를 만들고, 작은 텃밭이나 화분에서 유기농산물을 재배해 보는 것이 왜 중요한가에 관한 사유가 바로 그 지점이다. 관행농업에서 식량 증산을 위해 피할 수 없다고 여기는 화학비료와 살충제 등이 생명 다양성을 얼마만큼 파괴하는가에 대해 인식시키고, 직접 상추·고추·배추 등을 키워 보는 것의 가치에 관해서 이야기해 준다.


 요즘은 정규 교과 과정에서도 환경의 중요성을 여러모로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교육받은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꼽으라고 하면 가까운 거리 걸어 다니기, 일회용품 안 쓰기, 린스 대신 식초 사용하기 등이 대부분이다.

별다른 생각 없이 자동으로 나오는 답은 그저 답을 위한 답일 뿐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동생은 퇴비를 만들고 농사를 지어 보는 것이 지구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한다.


 나는 원고 교정을 끝내고 나서 제 손으로 방울토마토나 오이를 키워 본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이 나오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그 멋진 경험을 하고 지구를 지킬 수 있도록 말이다.


※ 동생의 책은 ‘열네 살, 농부 되어보기’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으며 청소년 추천도서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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