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에게 타르트와 구움 과자, 케이크를 종류별로 하나씩 챙겨주면서도 서아는 계속 초조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쯧쯧, 너나 우혁 오빠나 참 한심하다.”
“우리 칠월이는 잘 있지?”
서아의 동문서답에 채영이 콧방귀를 뀌었다.
“잘 있지. 너무 잘 있어서 탈이지. 중성화 수술하고 좀 엄살을 부리기는 했어도 잘 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걔 루이비통 목걸이 하고 다니는 고양이야.”
“다행이다.”
서아는 우혁의 차를 흘끔거리며 불안한 듯 시선을 이리저리 굴렸다. 손님이 계속 들락거리는 매장에 오래 있기 어려운 채영이 그만 가겠다고 나섰다. 서아는 재빨리 박스 하나에 복숭아 타르트를 따로 넣었다.
“이건 내가 특별히 사그레스의 여름밤이라고 이름 붙인 타르트거든. 이름을 들으면 아마 기억할 거야. 우리한테는 특별한 거니까 전해줘.”
채영은 타르트 상자를 받아 들고 답답하다는 듯 혀를 찼다.
“언니……,”
“알았어. 전해줄게. 전해주기만 하면 되는 거지? 잘 있어. 너무 무리하지 말고.”
채영이 나가고도 차는 한참을 출발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사장님 계산해 주세요.”
손님의 채근에 정신을 차린 서아가 계산을 하고 나자 채영이 탄 차는 사라지고 없었다. 서아는 차가 서 있던 자리가 유난히 휑해 보여서 자꾸만 시선이 가는 걸 막을 도리가 없었다.
“맛있냐?”
타르트를 먹고 있는 우혁을 바라보며 채영이 입술을 비죽거리며 물었다. 유난스럽게 깔끔한 우혁이 차 안에 타르트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걸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 맛있다.”
“질리지도 않냐?”
“서아가 만든 건데 질리겠냐?”
“날마다 먹고도 안 질린다고? 하이고 사랑꾼 나셨네.”
우혁은 JK401의 신입사원을 시켜서 날마다 서아의 가게에서 디저트를 전달받고 있었다. 너무 티 내지 않으려 두 명의 직원을 교대로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서아는 가끔 그들이 너무 규칙적으로 많은 양의 디저트를 사 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제 그만하고 서아한테 가서 졸라 봐. 바보같이 뭐 하는 짓이야?”
“서아를 다시 정신 사나운 내 바운더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그냥 그렇게 조용히 디저트 카페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그러다 다른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애 낳아서 잘 살라고?”
“응?”
당황한 우혁이 말을 잇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지금이야 서로 그리워하는 거 아니까 이렇게 바라보면서도 위안을 얻지만 다른 사람이 생기면 그때는 어쩔 건데?”
“서 설마 서아가 나를 두고 다른 남자를 좋아하겠냐?”
“웃긴다. 그러니까 오빠는 서아랑 같이 살지는 못해도 서아가 다른 삶을 살 거라는 생각은 안 하는 거지? 평생 오빠를 그리워해야 한다 뭐 이런 거냐?”
“그건 아닌데.”
“내가 있잖아 기가 막힌 생각을 했는데 한 번 들어볼래?” 오빠는 만약 서아가 재결합하자고 하면 할 거야?”
“나야 하고 싶지. 그런데 서아가 구설이 끊이지 않는 나랑 같이 사는 게 불행할까 봐 겁이 나는 거지.”
“그럼 서아한테 기회를 한 번 만들어 주는 게 어떨까?”
“무슨 기회?”
“스캔들!”
우혁은 채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핸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오빠랑 스캔들이 나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노이즈 마케팅으로는 최고잖아. 오빠가 나랑 스캔들 한 번 내줄 사람 손들라고 하면 아마 줄을 설걸.”
“스캔들이 났는데도 서아가 가만히 있으면 그때는 정말 끝이다 이 말이지?”
“맞아. 그러니까 이왕이면 크게 스캔들 하나 만들자고.”
“지금 서아 엄청 바쁘고 정신없는데 나까지 신경 쓰이게 해서 괜히 일하는데 지장 주면 안 될 것 같은데.”
“나 참, 칠월이 쥐 생각해 주는 소리 하고 있네. 이미 헤어진 사이인데 오빠가 스캔들 났다고 서아가 일하는데 지장이 있을 거다? 아니면 어쩌려고 이러실까?”
채영이 우혁의 아픈 곳을 살살 긁자 고민에 빠진 그가 핸들에 머리를 쿡쿡 쳤다.
“싫으면 말고. 생각 있으면 말해. 그럼 바쁘신 이 몸이 손수 나서서 그 뭐야 건우랑 직녀를 연결해 주는 다리 있지 그거 돼 줄 마음이 있으니까.”
“건우가 아니고 견우. 그리고 오작교.”
“맞아. 맞아 오작교.”
우혁은 차창 너머로 카페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서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끔씩 차를 향하는 서아의 시선과 마주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선팅이 까맣게 되어 있는 차 안에 있는 그가 서아 눈에 보일 리가 없음에도 우혁은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서아야, 내 욕심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