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을 돌이켜볼 때면 후회스러운 일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서 나에게 온 기회를 놓친 일들은 두고두고 자신을 책망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끔은 그때 그 일을 하기 참 잘했다고 자신을 치켜세워 줄 기억도 하나씩은 떠오르기 마련이다.
나의 외삼촌은 오십 살에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술 좋아하고 몇번이나 노름빚을 지는 바람에 친정어머니가 뒷치닥거리를 하게 만드는 오빠였지만 그럼에도 어머니에게는 유일한 혈육이었다. 그런 오빠의 죽음은 어머니에게 큰 충격이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신 외삼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딱 하나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은 작은 추억이 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근처에 볼일이 있다고 오신 외삼촌에게 해물탕 한 그릇을 사주며 마주 앉았던 일이 어머니에게는 얼마나 다행스러운 기억인지 모른다.
어머니는 그때 일을 떠올리실 때마다 그날 외삼촌이 해물탕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갑작스러운 죽음이기에 작별인사를 제대로 할 수없었지만 어머니는 당신이 대접했던 해물탕 한 그릇에 커다란 위로를 받는다.
온 가족이 자신의 소식을 전하는 스마트폰 커뮤니티에 동생이 올린 사진을 보고 나는 동생에게도
“그날 그 일은 참 잘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추억이 생겼음을 알았다. 팔월의 햇살 아래 수영복을 입고 노천탕 속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낀 채 환하게 웃고 계신 부모님의 모습은 요즘 젊은 친구들 표현대로 하자면 ‘인생 사진’이었다.
얼마 전 동생이 전북 진안에 강의하러 갈 일이 생겼다. 무척이나 먼 길로 여겨져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던 동생이 진안에 있는 온천을 검색하더니 바로 이거라고 무릎을 쳤다. 이왕 가는 길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금상첨화겠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성한 곳보다 아픈 곳이 더 많아지면서 나날이 쇠약해지시는 부모님을 뵐 때마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워하던 동생은 단단히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일찌감치 출발해서 오전에 홍삼 온천에 들러 온천욕과 마사지를 받고 점심으로 흑돼지고기를 먹었다. 가는 곳마다 다정한 자세를 취하시는 사진 속의 부모님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자식이 네 시간 동안 강사로 교육생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셨다. 어머니는 돌아온 뒤에 온천욕과 맛있는 식사보다 동생이 어찌나 강의를 잘하는지 내 자식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멋있더라며 감탄하셨다.
스마트폰에 올라온 사진을 보는 다른 자식들 마음도 이리 좋은데, 부모님을 모시고 갔던 당사자인 동생의 마음은 얼마나 흐뭇할까 싶었다. 아마도 동생은 그날의 기억으로 자신의 마음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하나 꾹 찍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후회하는 일도, 잘했다 싶은 일도 결국은 마음먹은 일을 제때 했느냐, 하지 못했느냐의 문제다. 어머니도 그때 외삼촌을 놓쳤으면 이후로는 영영 기회가 없었을 일이었고, 후회로 남을 일이었다. 동생이 올린 사진을 보면서 나는 고마워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는…’이라며 마음먹었지만 망설임이 더 크다. 이러다 때를 놓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할 것이다. 다 때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