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안의 따뜻한 세상

by 은예진

자칭 ‘한우 부인’ K씨는 요즘 휴대폰 속 모바일 커뮤니티 삼매경에 빠졌다. 그녀와 같이 있으면 휴대폰에서 쉴 사이 없이 알림음이 울린다. 시골에서 소만 키우는 그녀를 누가 그렇게 찾는 것일까? 내가 궁금한 표정을 짓자 그녀가 먼저 휴대폰을 들어 소개해 준다.


 그녀가 요즘 빠져 있는 커뮤니티는 한우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이는 ‘한우 모임방’이었다. 회원수가 1000명이 넘을 만큼 활성화돼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는 K씨는 그 모임방에서도 활동이 두드러져 운영진으로 강력 추천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본인은 소 키우는 것만 해도 벅찬 사람이라며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 참석은 하지 않게 되었지만, 운영진 정기 모임에 나온 사람들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같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언제나 활기 넘치며 자신의 사육방식에 자신만만하던 K씨에게 위기가 닥쳤다. 이제 겨우 한우 사육 5년 차, 웬만큼 알게 됐다고 느낀 순간부터 진짜 경험이 시작된다. 올봄에 새끼를 낳은 암소들이 하나같이 조산을 했다.


어미소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송아지가 갑작스럽게 나오는 조산은 송아지에게도 어미소에게도 충격이 크다. K씨는 조산하는 과정에서 송아지 두 마리를 잃었고 어미소 한 마리도 잃었다.


그 와중에 갓 태어난 송아지마다 추위가 걱정돼 집안에 들여놓고 아이처럼 보살피며 우유를 먹여야 했다.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날들이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K씨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기 가장 좋은 곳이 한우 모임방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곳에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자세하게 올렸다.


그리고 잠시 후 K씨는 자기가 들고 있는 휴대폰이 뜨끈뜨끈해지는 이유가 오래 들여다보고 있어서 열이 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걱정해 주는 모임방 사람들의 마음 때문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출산 전에 비타민 제제를 주사 놓으라는 충고, 칼슘 블록을 좀 더 많이 제공해줘야 한다는 조언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처방들이 쏟아졌다. 그녀가 그 많은 처방들을 다 수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은 하나같이 진심으로 K씨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로도 봉변을 당하기 일쑤여서 나는 그런 판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었다. 그러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장으로서 모임방은 따뜻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했고 다른 사람의 일을 자기 일처럼 걱정해 주었다.


 세상이 바뀌어서 인심이 각박해졌다고들 한탄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단지 모양이 좀 바뀌었을 뿐이다. 전에는 소가 난산을 겪고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서 같이 도와주었다면 이제는 손에 든 휴대폰으로 처치 방법을 조언해 주는 것이다. 형식은 바뀌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마음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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