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젖소가 생산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젖소로 저지와 홀스타인이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얼룩소가 홀스타인이고 저지는 한우와 비슷하지만 더 짙은 갈색을 띠고 있다.
저지는 유단백과 지방 함량이 높은 우유를 생산해서 치즈를 많이 만드는 유럽국가에서 주로 키운다. 반면 홀스타인은 산유량이 저지에 비해 훨씬 많아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홀스타인을 키우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젖소라고 계속 젖이 나는 것이 아니고 새끼를 낳아야 젖이 나온다. 그래서 인공수정을 시키고 임신이 되면 출산 두 달 전부터는 젖을 짜지 않고 건유를 시켜 몸을 쉬게 해 주고 양질의 조사료를 급여해 관리해 준다. 이때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않으면 젖소는 새끼를 낳고 젖을 짜기 시작하면서 대사 이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젖소가 무사히 송아지를 낳으면 이제 초유를 내고 송아지는 그 초유만 먹고 어미에게서 떨어져 따로 관리를 받는다. 홀스타인 개량 젖소는 개체별로 차이가 많아서 하루에 60kg이 넘는 우유를 생산하는 소가 있는가 하면 새끼를 낳은 지 오래되었지만 임신이 잘 되지 않아서 10kg까지 유량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수 농가의 경우 평균이 대략 35kg 정도 된다. 이렇게 많은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에게 송아지를 붙여 놓으면 송아지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떼어서 따로 관리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송아지를 낳고 우유를 짜기 시작하면 그 우유 성분에 문제가 없는지 검사를 해보고 그때부터 납유가 시작된다. 보통 삼사일 정도는 지나야 건유기 때 유두 안에 넣어 놓은 건유 연고 성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시작된 착유는 하루 두 번 열두 시간 간격으로 이루어져 목장의 냉각기에 보관했다가 탱크가 설치된 집유차를 통해 우유공장으로 간다.
우유에는 5대 영양소인 단백질,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 등이 포함되어 있을뿐더러 114가지의 영양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건강식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유가 우리 몸에 좋은가 나쁜가에 대해 갑론을박이 심하다.
나는 우유 생산과정에 대해서는 서당개 삼 년이라 풍월을 읊을 수 있어 자세하게 알고 있지만 우유가 우리 몸에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데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이 엄청나게 많아서 우리 식생활에 우유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윳값은 수요와 공급 원리로 정하지 못하고 나라에서 물가와 연동해 책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유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요즘 소들이 유방암들이 많대요.>
<젖소들이 비정상적으로 우유를 만들어내느라 늘 염증이 많답니다
항생제 먹이는 것도 나쁘지만 우리가 마시는 우유 속에 고름이 섞여있다네요 ㅜ 그게 기준치가 있다는데서 충격받았어요 어느 정도는 들어가도 된다는 말 ㅜ 생각보다 미량도 아니라고 들었어요>
<우유회사가 옛날에 우유 좋다 하던 거랑 같은 거 아닌가요?
요즘 젖소들이 거의 다 유방암 걸려서 소젖에도 유방암 걸린 젖>
위의 글들은 주부 커뮤니티에서 우유에 대해 단 댓글들이다. 나는 그들의 무지에 대해 분개하지만 나 또한 저렇게 잘 못 알고 있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닐 것이라는 사실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내가 함부로 떠들어댄 말들 중에 저처럼 터무니없는 말들이 얼마나 끼어 있을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먼저 유방암이 아니라 유방염이다. 젖소의 몸에서는, 대략 하루 48kg가량의 tmr (Total mixed ration 조사료와 농후 사료를 혼합제조한 사료) 사료를 먹고 35kg의 우유를 내기 위해서 엄청난 대사 활동이 일어난다. 이런 몸에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하면 유방에 염증이 오는데 그 요인은 대부분 착유기 문제에서 발생한다.
유방염이 발생하면 체세포 수가 올라가는데 위의 글에서는 그걸 고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유방염이 심각하면 당연히 고름이 나오지만 평소에 우유에 포함되는 체세포는 고름과는 다른 생체조직의 일부분이다. 그걸 고름이라고 표현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다름이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파스퇴르 우유가 신문에 전면 광고로 냈던 고름우유 의혹 제기를 기억할 것이다. 그 당시 우유는 체세포 검사가 이루어지기 전이라 고름우유라고 표현할만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후 관리 체계가 잡히면서 지금은 뉴질랜드와 네덜란드보다 엄격한 체세포 관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우유들은 모두 세균수 1A라고 적혀 있는데 이건 1ml당 세균수 3만 개 미만임을 표시한다. 그런데 체세포 일 등급 우유는 많지 않아서 확인이 필요하다. 나는 무항생제 우유와(항생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논하기로 하겠다.) 유기농 우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데 우리나라 우유는 이미 무항생제 우유이고 유기농 우유는(유기농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사료가 유기농일 수 없다는 것이 목장주들의 의견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유기농이라는 것 자체에 회의적이다. 몇몇 가지 서류 기준을 세워놓고 그 기준에 부합되는 제품을 유기농이라고 하는데 그게 소비자가 생각하는 유기농과 좀 차원이 다르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체세포 1등급 우유는 확실하게 신뢰한다. 내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체세포 일 등급 기준은 1ml당 체세포 20만 미만으로 잡혀있다. 우리 고객들은 모두 S우유에 납유하는 조합원인데 1등급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유방염이 걸리지 않았더라도 체세포 수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모두 폐기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우유가 체세포 1등급 우유인데 유업체에서는 매일 납유 되는 우유의 체세포수를 검사해 1등급이 넘어가며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이걸 알기 때문에 나는 우유를 선택할 때 더 비싼 유기농 우유도 필요 없고 그렇다고 세일가로 나온 세균수만 1등급 우유 말고 체세포 1등급 우유를 먹으라고 강력추천한다. 그럼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고름우유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고 어디에 내놔도 건강한 우유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주부 커뮤니티에 보면 고름 우유다, 성장 촉진제를 먹인다, 항생제 투성이다 이런 말들이 횡횡하는데 모두 맞지 않는 말이다. 우유가 건강에 좋은지 안 좋은지 알 수 없지만 품질 의혹은 절대 안 하셔도 된다.
추가로 한마디 하자면 하루 12시간 간격으로 우유를 짜려면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육성우 사료를 주며 착유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추운 겨울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착유하는 일을 상상해 보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하루 두 번 착유가 세팅되어 있는 젖소는 그걸 어기면 그 소는 유방염이 걸리는 것은 둘째치고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젖이 불어본 엄마들은 알 것이다. 그래서 낙농주는 아내가 소에 밟혀 죽는 사고가 나도 그날 착유를 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 고객에게 있었던 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두 번 젖을 짜야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당신 앞에 있는 한 잔의 라떼가 완성되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유가 몸에 맞지 않아서 먹지 않는 건 상관없지만 억울한 오해는 하지 말아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