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맛집이라며?
사실 내가 선택적 계획형임을 여행 시 식당을 다니며 느낀다.
그렇다. 나는 맛집 검색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사람이다.
다들 어떻게 그렇게 숨은 맛집을 잘 골라 먹으러 다니는지.
도대체 인스타 맛집은 어떻게 그렇게 잘 찾는지...
미술관 그림 공부는 날을 새서 할 수 있고,
그림 딱 보는 순간 이게 뭔지는 잘 알겠고,
책에서 본 내용을 술술 잘 말하면서도,
뉴욕 맛집 검색은 정말 잘 모르겠더라.
(사실, 나에게 맛집은 큰 의미가 없어서 적극성이 떨어진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검색한 뉴욕 맛집 1번은 스테이크 맛집이었다.
3대 맛집 중 1번은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였다.
아마도 1번으로 다른 스테이크 식당이 나왔다면 나는 그곳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매일 고기, 고기 하는 아이들에게 미국 스테이크는 기대 200%의 음식이었다.
일단 엄청난 맛집일 테니 미리 온라인 예약도 했다.
물론 나는 미리 여행영어책을 보며 식당 주문 영어회화 나 홀로 연습을 열심히 했다.
고기 굽기라던지, 식당 매너라든지 뭐 이런 걸 꼼꼼히 준비하는 나.
너무 멋져.^^
이런 자뻑 모드에 빠졌지만,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있는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는 뭔가...
뭐랄까 기가 죽는 느낌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옷 좀 챙겨 입고 왔었어야 했는데.
무엇보다 엄청난 맛집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평일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 넓은 식당에 우리 셋뿐. 얼마나 부담스럽던지.
우리 테이블 옆에는 풀세팅하신 서버분이 상시 대기하고 계시고 말이지.
음식 주문이야 일단 네이버 블로그에서 대표 메뉴 포터 하우스를 시키고,
느끼할 수도 있으니 샐러드도 시켰다. 물론 콜라도 함께.
첫맛은 물론 맛있었던 것 같다.
뭐랄까. 맛있어지. 돈이 얼마인데.
그러나 절대 미식가 소 2는 한 입 먹고 느끼하고 피맛이 난다며 더 먹기를 거절했다.
소 1은 나름 소고기 부심이 있는데(미디엄을 먹겠다고 고집),
결국 2번이나 더 바싹 구워달라는 주문을 했어야 했다.
소 2의 식사 거부로 그러면 연어 스테이크를 하나 더 시킨 것이 화근.
와우. 왜 이렇게 입맛에 안 맞을까.
흑흑. 그렇지만 지금 이게 돈이 얼마야.
먹어야 해. 먹어야만 한다.
먹다가 잠깐 숨 고르기를 하면 뒤에 손에 긴 수건 같은 걸 들고 나를 보며 밝게 웃으며 다가오는 직원분들.
흑흑. 아닙니다. 아무 일도 없어요. 맛있어요.
엑설런트. 굳 굳.
그리하여 결국 30만 원도 넘는 점심을 먹었음에도
내 아이들은 배가 고팠고, 나는 배가 아팠다.
소 1은 탄산이 고팠고, 소 2는 다이어트 콜라가 고팠고, 나는 커피가 고팠다.
그날 저녁은 반드시 매콤한 국물을 먹어야 했다.
숙소 가서 진라면 순한 맛을 끓여도 되지만,
아이들은 외식을 외쳤고, 구글지도에서 검색한 내 근처 음식점들 중에 라멘집이 있었다.
급 검색으로 들어간 음식점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혹시 여기가 맛집?)
된장, 고추장 반씩 섞은 것 같은 국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맛있다고 했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라는 속담은 이럴 때 쓰는 것.
다음 미리 검색해 간 뉴욕 파이브 가이즈 타임 스퀘어점.
햄버거라서 주문 같은 건 당연 키오스크로 하는 건 줄 알았다.
낭패. 왜냐면 나는 기본 버거를 골랐고, 콜라랑 감자튀김만 잘 시키면 되는 줄 알았다.
내가 할 주문을 다 했는데,
계속 이거면 되냐고 자꾸 물어봐서
왜 그러지 그랬다가 음식을 받고 알았다.
와! 여기는 양상추, 토마토 등등 패티 고기 말고는 다 추가해야 주는 거였구나?
아하하하하. 왜 나는 대충 듣고 대충 주문하는 걸까.
다행히, 소 1은 고기만 있는 햄버거를 맛있게 먹어준 것. 소 2는 감자튀김에 만족하고. 다만, 나는 퍽퍽하고 느끼해서 한 입 이상은 먹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내가 검색하는 식당들은 다 관광객 맛집인 듯했고,
펍이나 분위기 좋은 술집은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그냥 마트 신선코너의 즉석요리가 가성비 대비 맛있음을 깨달음.
뉴욕 베이글 맛집은 줄이 길거나 연어 따위는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게 아니었으니까.
동네 마켓 1.25달러 베이글이 더 맛있었어.
그래도 아이들이 지금까지도 뉴욕 음식 하면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있었다.
바로 센트럴 파크 가기 전에 발견한 토니 버거! 와우! 이건 진짜 맛있다. 맛있다.
비속어를 부르는 맛!(아이들 때문에 차마.. 하지 못함..)
토니 버거를 맛본 후에는 어떤 햄버거도 그 보다 맛이 없는 경험을 해야 했다.
뜻밖에 사람들 많이 들어가길래 가 본 Raising Cane's Chicken Fingers는
매우 정신없는 와중에도 먹을만했다.
뉴욕에서 이런 음식만 먹는다는 게 무척 아쉽긴 했지만...
아이들이랑 제대로 된 식당에 저녁을 예약해서 가기에는 내 정보력과 체력과 경비가 허락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탈리안식 피자는 어디든 괜찮은 편이었다.
유명한 JOE'S 피자보다는 정보 없이 들어간 식당 피자가 더 우리 취향.
사실 나는 뉴욕 여행 경비 중에서 가장 아끼고 싶었던 것이 식비였다.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
역시 마트에서 취향껏 사서 우리 식대로 만들어 먹으면 되지.
계란과 햄이 최고지.